"휴우우..."

이유야 어찌됐든 상황은 끝난것 같아 용의 등에서 조심스레 내려와 슬그머니 용의 영역에서 제 영역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흐어엉... 더러운 놈들아...]

등 뒤에서 꼬인 혀로 우는 소리가 들려 발이 멈췄습니다. 그 소리가 어떤 때 나오는 것인지 알고 있었거든요. 그것은...

[내가 잘못 한것도 아닌데 사장님은 나만 혼내고 흐어엉!]

세상에 억까당한, 세상 억울한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울음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저는 발걸음을 돌려 용의 곁에 앉은 뒤, 작은 손으로 그 거대한 몸을 쓰다듬어주며 용이 하는 이야기를 다 들어주었습니다. 그녀의 고향, 가족, 친구들. 그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혈혈단신 일거리를 찾아 올라온 서울.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한 서울이라는 공간. 그 넓은 공간에서 그녀는 혼자였고 외로웠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요.

"...괜찮아요. 힘내요."

저는 그런 그녀에게 그 말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조금 더 길게 울었고, 이후 제 손에 이끌려 침대로 돌아가 잠에 들었습니다. 저는 혹여 자다가 구토 때문에 질식할 일이 없도록 용만큼 커다란 침대위에서 벼개와 씨름을 한 뒤에야 제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요.

침대에 누으니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부생각도 나고, 엄마생각도 나고, 내일은 집주인에게 전화해야겠구나, 아, 참. 벽은 그냥 알아서 넘어졌다고 말해야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크어어어...!]

가벽이 사라진 화장실 문 너머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평소같은 아니, 평소보다 더 커서, 평소같으면 무척 예민했을 소리가. 하지만 화는 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소리에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

아마도 그것은 거대한 공간에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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