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철학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서명: B급 철학
저자: 한길석, 유현상, 강경표, 오상현, 박종성, 강지은, 김성우, 조배준
출판사: 알렙
출간일: 2016년 10월 25일
생각
B급 철학은 『게임의 이론』에 이어 읽은 빌린책챌린지 책입니다. 게임에 관련된 저서들을 쭉 이어 읽다가 뭘 읽지 하고 서가를 훑는데 가볍게 읽기 좋고, 나름 직전에 읽은 책과 비슷한 분야의 책이지 싶어서 집게 되었습니다.
직전에 읽은 『게임의 이론』과 비교해 좀 더 부담없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게임에 대한 이론을 세우거나 학술 이론의 틀에서 게임을 설명하기 위한 임무를 지녔던 『게임의 이론』과 비교해 이 책은 여러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드러나는 면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제시하는, 대중적인 독자의 접근성이 더 중요한 책이기 때문이겠네요. 강연을 책으로 묶은 것이니만큼 더 친숙하긴 합니다. 여덟 명의 저자(강연자)가 각각 대중문화 작품 하나, 철학자의 저작 하나를 꼭지로 삼아 연관성, 철학자가 말한 것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은 것을 각자의 방식으로 서술합니다.
그런 기획인데 영화를 다룬 첫 꼭지부터 "영화 얘기를 많이 곁들여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습니다."라고 말하거나, 드라마의 내용을 보고 공자의 제자들이 공자에게 물음을 던진다는 콘셉트의 꼭지에서 "이 드라마의 어떤 부분을 보고 이런 질문을 한 걸까?"를 알 수 없는 질문이 나온다거나 해서, 꼭지마다 대중문화의 비중은 제각각입니다. 하위징아의 『호모 루덴스』를 다루기 위한 게임 『디아블로』의 선택은 그렇게 필연적이지도 않아보였습니다.
그 중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한병철의 『피로사회』로 설명한 꼭지는 꽤 비전형적이어서 좋았고, 영화 『어벤저스』로 약자의 연대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것도 좋았습니다. 『개그 콘서트』로 현대미술의 난해함 이야기를 꺼내는 시도도 제게 어떤 영감을 주는 것 같네요.
이런 기획이 그렇듯 책이 나온 시기에 화제성이 있는 작품으로 이야기를 하면 몇 년 지나면 그 작품이 뭔지 잘 모르게 되는데, 영화학과 신입생들에게 강의할 때 자기 시절 유명했던 영화를 예로 들면 본 적이 없어서 당황하게 된다는 이야기 생각이 나네요. 이 책은 비교적 유명한 작품들을 골라서 진행된 걸로 보이는데, 그래서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이 되어도 크게 모르는 것 없이 읽을 수 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더 매니악하지만 좀 더 주제의식이 연결되는 작품을 고르고 10년마다 새 시대의 책을 내는 게 낫나 싶기도 하고… 뭐 이런 생각들이 들게 하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