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화된 신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서명: 인간화된 신
저자: 레자 아슬란(Reza Aslan)
역자: 김주헌
출판사: 세종서적
출간일: 2019년 2월 25일
원서명: God: A Human History
원서 출간일: 2017년

생각

『고작 다섯 명이 한 말을 어떻게 믿어요?』에 이어 읽는 빌린책챌린지 책입니다. 선사시대 인간들의 손 자국 벽화로부터, 여러 종교의 흥망성쇠를 거쳐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까지. 인간이 어떻게 신이라는 개념에 인간을 투영했고 어떻게 그것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는지를 다룬 책입니다.

종교의 역사, 특히 오늘날 우리가 아는 기독교의 성립 과정에 대한 설명이 흥미로웠고, 정치사상(politicomorphism: 사상이 思想이 아니라 寫像) 개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한국어로는 다른 번역어를 마련하는 게 유익할 수 있지 않나 싶지만… 어쨌든 "지상 정치를 신격화(the divination of earthy politics)"했다는 표현이 너무 와닿네요. 그리스의 도시 국가들의 신과, 근동 국가들의 신 같은 예와, 로마 제국이 "하나의 신, 하나의 주교" 혹은 "하나의 신, 하나의 황제"같은 표어를 내걸기 위해 엘과 야훼,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의 신으로 만들며 그 과정에서 이신론과 양태론, 단성론 등의 해석이 배제되었다는 설명은 최소한 제게는 매력적인 설명입니다.

다른 측면에서는 위에도 언급했듯, 이 책은 선사 시대 인간이 남긴 흔적에서 인간의 제도(종교)가 어떻게 발달했는지를 다루는 부분이 있는데, 최근에 『호모 루덴스』를 읽은 탓인지 그 책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태초의 놀이는 생명 활동이나 물리 현상-예를 들어 배고프면 먹어야 하고, 먹지 않으면 고통스럽다가 죽고, 잠이 오고, 자야 하고, 배변과 배뇨를 해야 하고, 번식 행위를 하고 싶은 것들-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였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행동 중에서 어떤 식으로든(자연 선택의 문법을 포함해서) 쓸모가 발견된 것들이 남은 것이 공동체 관습, 신분, 나아가 사법 같은 것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신분제를 소재로 달무티를 만든 것이 아니라, 달무티로 놀다 보니 이것을 현실의 규칙으로 만들어 따르게 만드는 것의 유용함을 누군가 구현하려 했다는 이야기지요. 저는 종교의 발생에도 이런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 책의 설명도 어느 정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바가 있어 왠지 제 생각이 지지받은 기분이 듭니다.

몰랐는데, 꽤 많은 서평과 반응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책이더라고요. 도서관 모든 서가를 훑다가 적당히 집은 책인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읽은 책이라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이래서 임의의 책을 만나는 모험을 그만둘 수 없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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