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 마을(模型の町)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서명: 模型の町
저자: panpanya
출판사: 햐쿠센샤(白泉社)
출간일: 2022년 9월 30일
국내 발매 서명: 모형 마을

생각

『모형 마을』은 panpanya의 단편집입니다. 『물고기 사회』에 이은 단행본입니다. 사실은 읽는 걸 깜빡하고 있었다가, 올해 새 단행본이 나오는 걸 보고 빼먹은 게 있나 찾아보다가 있는 걸 발견하고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 다음에 나온 『상점가의 전진』을 먼저 읽었기 때문에, 단편집임에도 불구하고 「'여기는 어디일까요?' 여행 ⑥」이라는 표제를 보고 어차피 다 읽을 거면 처음 나온 것부터 읽자고 생각하게 되어서 첫 단행본부터 순서대로 읽었던 건데, 그 모험이 일단 여기서 일단락됩니다. 무슨 말이냐면, 이 단행본이 「'여기는 어디일까요?' 여행 ①」부터 ⑤까지를 수록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해당 시리즈의 취지부터, 등장하는 패턴까지 역시 ①부터 읽어야지 오는 재미가 있어서 이제 모서리가 정돈되었다는 느낌이 납니다. 다른 단편들도 기존 단편집과 반복되지만 조금씩 다른 패턴의 변주들이 재미있는데, 등교길이나 사회적 물고기 같은 패턴들이 이번 권에서도 다시 언급되어 어떤 세계관을 느끼게 해 줍니다.

「블록 담장의 경지」나 「밤틀녘」이 와닿는 단편들이지만, 표제작인「모형 마을」 연작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하면서도, 교묘하게 축척을 겹쳐내는 묘사가 마음에 듭니다. 모형은 마을을 본따 만들어졌지만, 사실 이 마을도 모형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닐까? 같은 질문을 자연스럽게 하게 만들면서도, 필요이상의 서술은 하지 않고 '제게' 어느 쪽이어도 상관없이 만족스러운 이야기가 되는 것은, panpanya라는 작가가 제시하는 세계를 '제가' 꾸준히 봐 왔기 때문에 가능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잘 모르는 작가의 작품이었으면 "그래서 뭐였다는 거지?"같은 질문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내용인데, "이 작가 만화는 원래 이래"가 될 수 있게 쌓아올리는 건 만화 한 두 편을 퀄리티있게 만드는 것과는 조금 결이 다른 종류의 노력이지요. 이런 창작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더라도, 아마 저는 산만해서 이런 식의 꾸준함을 제공할 수 있는 타입의 창작자는 아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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