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책의 제목을 정하는 건 저자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알고 꽤 놀랐던 기억이 있다. 무엇이 되었건 책의 제목이란 건 팔리기 위한 상품의 맨 앞에 노출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시장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 좀 더 문제적으로 말하자면 책의 제목이 책의 내용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만드는 것이 상품 가치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거짓말이 되지 않는 선에서 먹음직스럽게 책의 내용을 어필하는 것, 그게 많은 경우 책의 제목을 정하는 사람의 고민이리라 생각한다. 망할 놈의 마케팅.

수많은 예시가 있겠지만, 내게 기억에 남는 예시들을 정리해 보자.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학) 콘서트』

나는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를 중학생 때쯤 재미있게 읽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학) 콘서트』라는 제목으로 책이 많이 나왔겠지. 국내에서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의 성공을 모사하자는 기획으로 다른 분야의 책을 만들어 다른 콘서트를 여는 건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그와 무관하게 만들어진 책의 제목을 콘서트로 바꾼 경우는 결국 읽고 나서 속았다는 느낌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위험한 과학책』에 편승해서 『위험한 ~책』으로 책을 여럿 내는 것 같다. 참고로 위험한 과학책의 원제는 『What If?』다.

번역은 반역하고 번역서 제목 번역은 절대로 반역한다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는가』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이 책의 원제를 직역하면 『「백학연환」을 읽다』이고, 실제로 책의 내용은 그 책을 읽고 설명과 주석을 한 것이다. 반면 한국어 제목은 "그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는가?" → "어떤 사람이다" → "그 사람이 쓴 「백학연환」 문서를 읽어보자"로 넘어가게 되어 있어 꽤 책 내용에 도달하는 데 단계가 많은 제목처럼 보인다. 그런 데 별 수 있나. 백학연환이 뭔지, 그 책을 누가 썼는지 같은 것들은 한국과 일본에서 이해의 차이가 있는 상황이고, 한국의 소비자들이 흥미를 가지고 집어볼 책 제목을 만드는 일은 누군가는 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What If?』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막상 쓰려고 나니까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뭔가 이것저것 생각나는 건 있는데 정리가 잘 안 되고 생각보다 경우의 수가 많다.

『지만 싶어』

아무래도 인상적인 문장이다보니 너도나도 쓰는 것 같다. 이 시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정서일지도.

아무튼 레이블, 유유 땅콩문고(~하는 법, 되는 법) 등

출판사 차원에서 관리하는 레이블이 비슷한 제목을 가진다고 해서, 저자들의 스타일을 통일시킬 수는 없다. 나는 이런 책을 시리즈를 보고 골라 읽을 때마다 항상 작가마다 다른 스타일과 내용에 당황하는 듯. 그런데 이건 제목 문제는 아니고 내가 애초에 기대하면 안 되는 걸 기대하는 것에 가깝겠다. 『HOW TO READ 라캉』 생각도 난다.

결론

결국 속은/속았다고 느끼는 내가 문제인 것 같다. 하소연 정도만 여기 해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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