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소설
집에 와보니 내가 죽어있었다. 시신은 책상에 얼굴을 뭉갠 채 쓰러져있었다. 얼굴을 돌려보니 사후경직이 막 시작되어 턱과 목이 빳빳했다. 한 달에 세 번째라니 신기록이다.
나는 시신의 오른손의 엄지, 약지, 새끼에 육신의 왼손 엄지, 약지, 새끼를 포개어 메모리 동기화를 시작했다. 눈을 감은 채로 죽어버린 탓에 시각정보는 남지 않았지만, 청각정보에는 몇 번에 격한 가격음 뒤에 "자~알 듣고있지, 이 도마뱀 새끼야? 네가 우리 회사 팔아먹고도 몸이 남아날 것 같아?" 하는 거친 남자의 음성이 기록되어있었다. 촉각 정보는 기분 나쁠 것 같아 스킵, 후각 정보에는 탁한 담배 냄새가 깊이 배어있었다.
냄새를 줄이는 전자담배가 개발되어도, 얼마든지 육신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되더라도, 사람은 그 "맛" 때문에 연초를 못버리는 게다. 하긴, 육신을 대체할 수 있으니 더 쉽게 타락하는 지도 모르겠다. "사업장" 처리에 손가락을 잘못 놀리다가 이 꼴이 난 나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