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와보니 내가 죽어있었다. 119에 전화를 해야하지만 피곤해서 그럴 경황이 아니었다. 어차피 내가 죽은 건데. 옆집에 시취가 나지 않게 냉장고 안에 쪼그리고 앉아 한숨 자기로 했다. 꺼낼 음식물도 얼마 없었다.

일어나 냉장고문을 열고 나와보니 한낮이었다. 응급차를 부르기도 뭣하고 해서 10분 거리에 있는 동사무소에 부고 신고를 하러 갔다.

상담원은 사망신고서가 있어야죠, 하고 점잖게 돌려보냈다.

동네 소아과를 찾아가는 동안 여름이라 그런지 벌써 썩는 내가 났다. 늙은 의사가 혀를 차며 젊은 사람이 느적거리기는, 가족하고 연락해, 하며 사망신고서를 써줬다.

유언이 없기에 재산이 자동 상속되었다. 내 빚이 부모님 몫이 되었단 소리다. 이 한심한 놈아, 하며 아버지는 관에 들어가는 내 등짝을 때렸다. 장례를 안 하면 돈이 덜 들 텐데, 하자 조의금은 어디서 받을 거니, 갈 때도 세상 모르네, 하며 어머니도 때렸다. 나는 처음부터 장례식이 싫었지만 죽고나니 할수없다.

1

If you have a fediverse account, you can quote this note from your own instance. Search https://planet.moe/users/nepu47/statuses/114381510447052184 on your instance and quote it. (Note that quoting is not supported in Masto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