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재명은 대통령 첫 일정인 현충원 참배 중 방명록에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적었고, 취임사에서도 이 말을 강조했는데요.
대다수 언론은 이게 뭔지 모르는 것 같더군요. 유래가 있습니다. 2010년 그는 성남시장으로 취임하며 표어를 세웠습니다. "시민이 주인인 성남, 시민이 행복한 성남". 그대로 가져온 겁니다.
진보적인 동료 시민 여러분처럼 저도 그의 이번 선거 중 '중도보수' 선언, 한없는 우클릭을 보며 상심했습니다. 사전투표 가서 1번 찍고 홧병으로 몸져 누웠습니다. 그러나 "민이 주인인, 민이 행복한" 표어는...
좀 부럽습니다.
분하지만 인정합니다. 이런 '멋부림'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그는 "성남시립병원"을 추진하는 시민들의 변호사였는데, 천신만고 끝에 입안한 조례안이 한나라당의 횡포로 좌절된 후, 정치를 결심합니다. 성남시장은 몇 번 낙선 끝에 그가 처음 맡은 공직이었습니다. "시민이 주인, 시민이 행복"은 정치 새내기의 무모한 약속이었습니다.
적어도 그 표어로 시민을 설득하는 데에는 성공했습니다. 재선되었으니까요. 민선 5·6기 성남시정은 무용담으로 가득합니다. 그는 민주당 정치인 중 손꼽히는 진보성향을 드러냈으면서도, 보수성향 유명한 분당구에서 득표를 늘렸습니다.
즉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말할 때, 그것은 뻔하고 상투적인 단어의 나열이 아니라 그의 초심 그 자체이며, 그에겐 그것을 실현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어휴, 겉멋만 잔뜩 들어가지고.
그러나 그것은 "기초단체장 출신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멋부림이고, 한국 정치사에 획을 긋는 멋부림입니다. 멋부리는데, 분하지만, 멋있습니다. "시민주권과 시민행복의 성남 만들었다. 이제 국민주권과 국민행복의 나라 만들겠다." 그렇습니다, 수미쌍관입니다. 젠장! 멋있다니! 보수정치인 주제에!
그는 저와 광장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역적 단죄를 함께 외쳤으니 동지이긴 합니다. 보수정치인 중에서는 기본소득 제도에 가장 적극적이고요. 몇 년 전엔 차별금지법 제정도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전 여전히 제가 보수정치인에게 투표한 것에 울화통이 터집니다. 심지어 멋까지 인정하려니 오장육부가 뒤틀립니다.
그가 처한 정치 여건을 이해합니다. 그래도, 보수를 천명하는 그를 진보적으로 견인할 방법을 우리는 궁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의 정치 여정이 그의 약속대로, 그가 천명한 수미쌍관으로 성공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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