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L: '시조'의 '시'는 '시'가 아니다.

시조는 한국/한국어에서 제법 전통 있는 정형시의 양식이다. 그런데…

## 詩가 아님

시조의 한자 표기는 時調이다. 노래 시(詩)가 아니라 때 시(時).

문헌에는 신광수(1712-1775)의 문집에 時調로 처음 등장, 이후로도 時調로 표기된다.

## 정확한 어원은 모름

시조가 시절가조(時節歌調)의 준말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엉터리다.

첫째, 풀이 자체가 아무 근거가 없다. 時節歌調 자체가 조선 시대에 전혀 문증되지 않는다. 한국고전종합DB 전체를 뒤져도 없다. 수두룩해야 하지 않나? 시조는 당대의 케이팝이었는데?

둘째, 설령 그렇게 풀이할 수 있더라도 그게 '준말'이라는 근거는 전혀 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대왕'을 '위대한 제왕'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해서, '세종대왕'은 '세종위대제왕'의 '준말'이라고 할 수 있는가? 누가 그런 주장을 받아들이겠는가?

진짜 준말이라면 시절가조와 시조를 병기한 예 하나쯤은 있을 것 아닌가? 왜 시절가조 자체가 문헌에 없는가?

있는 건 '시절가' 표기 한 건뿐이다. 정조 때 문인 이학규의 글을 엮은 〈낙하생집〉의 주석 한 줄이다. "시조의 또다른 이름은 시절가."(旹調。亦名旹節歌。) [1] '시절가조'가 아니라 '시절가'다.

심지어 중앙 일간지 기사에서도, 석북집에 나온다며 "시절가조라는 말은 이세춘이 만들었다" 같은 대담한 주장을 한다. [2] 석북은 '시조의 장단을 배열한 것은 이세춘'(一般時調排長短。來自長安李世春。 [3])이라고 했지, 시절가조라는 용어나 시조라는 용어를 창시했다고 한 적이 없다.

결론: 시조는 연원이 불분명하다. 누가 만든 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서 장르가 되었다. 그러니까 멋있는 것임.

[1]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604A_0180_010_0010
[2]
https://www.khan.co.kr/article/201407011026461
[3]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537A_0110_010_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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