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다. 우울하지 않은 사람도 "우울할 때에는 상담하기"를 평소에 열심히 외워 둘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

심리학에는 결핍의 덫(scarcity trap)이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사람은 시간이나 금전 등 어떤 자원이 결핍(scarce)되면, 심리적 압박을 받아 시야가 좁아집니다(tunnel vision). 이로 인해 올바른 결정과 실행을 못하게 됩니다. 그러면 자원의 결핍(scarcity)이 더 심해집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예시가 있습니다. 열악한 노동 조건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가, 스트레스 때문에 퇴근 후 술이나 도박 등의 즉각적 쾌락에 돈과 시간과 건강을 다 탕진해 버리는 것이죠. 하지만, 높은 소득과 지위를 누리던 대기업 간부도 투신자살을 해서 충격을 주곤 합니다.

사람이 이 덫에 빠지게 되는 계기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우울감이 발생하기도 하고, 반대로 우울감이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해 환경적 요인을 조성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이 덫에 빠지면,

- 심리적 압박으로 시야가 좁아지고
- 그로 인해 어리석은 판단을 하게 되고
- 그 어리석은 판단으로 인해 더욱 궁지에 몰리고
- 심리적 압박이 더 커키고
- 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를 수가 있습니다.

이 악순환이 누적되면, 돈 많다는 사람들에게도, 똑똑하고 가방끈 길다는 사람들에게도, 얼마든지 비극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우울장애의 가장 큰 무서움이 이것입니다. 현대 사회가 개인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모든 체계에는 전제가 있습니다. "개인이 적어도 이기적 동기는 잘 가지고 있을 것." 우울감이 지속되면 이 전제가 깨집니다. 스스로에게 이로운, 이기적인 판단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니 "우울할 때에는 상담하기"를 기억합시다. 평소에 외워 두지 않으면, 우울할 때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물론 한국은 우울장애에 대한 인지적 관점이 많이 부족한 사회입니다. 그러나 연락처 목록을 뒤져 보면 한두 명 정도는 믿고 이야기할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을 못 믿겠다면, 일면식도 없는 전문가를 찾읍시다. 한국의 정신과 전문의나 상담심리사 등, 우울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분들의 숙련도나 전문성은 뜻밖에도 전반적으로 뛰어난 편입니다. 믿고 도움을 청해 봅시다.


RE: https://gameguard.moe/notes/acyejg21pqcx00x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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