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_와보니_내가_죽어있었다
집에 와보니 내가 죽어있었다. 쌍둥이 동생이 있지만, 틀림없이 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애는 죽어도 이 옷을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현관문 비밀번호는 누구에게도 알려준 적 없다. 오늘 찾아온다는 연락도 없었다.
언젠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다. 원본이 되는 사람의 도플갱어는 특별한 능력을 갖는다고. 그게 남의 집 비밀번호 알아내기라면 유감이다. 아니, 오히려 문이 잠겼을 때 열쇠집 주인장으로서 실력을 뽐낼 수 있으니 좋은 건가?
어쨌거나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이 상황을 경찰에 어떻게 설명하느냐. 집에 와 보니 도플갱어가 죽어있어요. 살인 용의자로 체포되지 않으면 다행이다. 제법 먼 거리의 회사를 출퇴근하고 있으니 고작 점심시간 1시간 동안에 일어난 살인 사건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혹시 침착한 모습이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지도 모른다.
한 번 심호흡을 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집에 돌아왔더니 사람이 죽어있어요. 아무래도 베란다에 놓여있는 걸 보니 누군가가 집에 침입해서 시체를 버리고 간 것 같아요. 그 밖에 평소랑 달라진 건 없고요? 네네. 피 한 방울 튀지 않았어요. 발자국도 안 보이고요. 네, 알겠습니다. 곧 출동하겠습니다.
여기서 자꾸 왔다갔다하면 혹시 모를 증거를 지워버리는 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일단 문 밖으로 나가 있다가 경찰이 오면 열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란다에 직접 나가본 건 아니니까 핵심은 남아있겠지.
그러나 곧 시야가 흐려졌다. 또 다른 내가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흐릿하게 피비린내가 났다. 아차, 거길, 봤어야 하는데….
이제 죽은 내가 둘이 되었다.
아마 밖으로 나간 나도 곧 발견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