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이야기: 선불교

불교가 동아시아로 전해지면서 크게 세 줄기로 발전하는데 교종, 선종 그리고 밀교이다. 이 셋은 역사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고 섞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큰 줄기들은 그렇다. 이 중 선종이 바로 선불교인데 이들은 차안(이 세계)과 피안(이상세계, 열반)을 나누지 않고 현재 세계가 곧 피안이며 우리가 이를 모를 뿐이라고 가르친다. 즉 자기 수행을 통한 현생의 대긍정, 일상의 재인식, 고통의 소멸이 아닌 극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별 일 없다."는 문구가 이를 대표한다.

문제는, 깨달아서 일상이라면 굳이 출가를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나온다는 점이다. 선은 활발발한 것이고 깨달아서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개인이 머리 깎고 승려가 되는, 사회에 승려가 있어야 할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의 대긍정은 본질적으로 구조주의와 비슷하게 보수적이라는 문제도 있다. 중상류층의 지적 유희, 고통 완화 수단 정도로 전락해버리는 문제는 뿌리가 깊다. 대중의 고통과 요구에 대해서는 밀교나 미륵불 신앙 등의 다른 불교들이 대응하게 된다.

결국 종교로서의 선불교는 스스로 다른 종파와 섞여서 통합 종단으로 남거나, 신유교에 밀려나거나 하여 현재는 불교의 일부로 남아있다. 우상과 신화를 부정하고 현생의 문제에 집중하고자 한 시작은 좋았으나 그래서 농업 중심 전근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했던 선불교의 한계는, 탈종교적이고 상업이 성한 현대에서는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수행법을 넘어선 삶과 사회의 가치와 지향점을 제시하는 발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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