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은 경험의 축적이다. 이 감각은 도메인 지식에서 나온다. 좋은 API를 많이 써본 사람이 좋은 API를 설계할 수 있고, 좋은 UX를 많이 경험한 사람이 좋은 UX를 판단할 수 있다. AI가 아무리 빠르게 만들어줘도, “이게 좋은 건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건 결국 나의 몫이다.
15년간 코드를 짜면서 “이건 좋은 코드다”와 “이건 돌아가지만 좋은 코드는 아니다”의 차이를 체감으로 알게 됐다. 변수 이름 하나, 함수 구조 하나, 에러 핸들링 방식 하나에서 그 차이가 드러난다. 에이전트가 만든 코드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동작한다”와 “좋다”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한번은 에이전트가 완벽하게 동작하는 검색 기능을 만들어준 적이 있다. 기술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런데 뭔가 불편했다.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깨달았다 — 검색 결과가 알파벳순으로 정렬되어 있었다. 기술적으로는 맞지만, 유저 관점에서는 관련도순이 훨씬 자연스럽다. 에이전트는 “검색 기능”을 만들었지만, “좋은 검색 경험”을 만들지는 못한 거다. 이 차이를 알아채는 게 감각이다.
이렇게 연습한다. 감각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좋은 것을 많이 보고, 만들고, 사용하는 거다. 기술 블로그만 읽지 말고, 디자인도 보고, 비즈니스 사례도 보고, 소설도 읽자. 박물관도 가자.
에이전트의 결과물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 습관이 감각의 출발점이다. “정말 이게 최선인가?” 항상 질문하기. “이게 왜 좋지?”, “이건 왜 불편하지?” — 이 질문을 반복하면 감각이 날카로워진다.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고객이 뭘 원하는지, 유저가 어디서 막히는지 관찰하는 것. 기술적으로 완벽한데 유저가 쓰기 불편한 제품이 되는 건 감각이 부족해서다. 유저 인터뷰를 하든, 지원 채널을 들여다보든, 옆 사람이 앱을 쓰는 걸 어깨 너머로 보든 — 사람이 기술과 만나는 접점에서 감각이 날카로워진다.
감각은 혼자 키우기 어렵다. 다른 사람의 코드를 리뷰하고, 유저의 반응을 관찰하고, 파트너의 피드백을 듣는 것. 에이전트 시대에 감각은 더 중요해졌지만, 감각을 키우는 방법은 여전히 아날로그다. 사람과 대화하고, 세상을 관찰하고, 좋은 것을 경험하는 것. 그건 AI가 대신해줄 수 없다.
If you have a fediverse account, you can reply to this note from your own instance. Search https://hackers.pub/ap/notes/019cadb4-189a-74d1-a044-b015b60016f8 on your instance and reply to 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