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지나치게 영리한 자기 위주의 논리에요. 그분은 결별에 있어서 당하는 고통보다 결별을 결정하고 그것을 선언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선언하는 쪽은 당하는 쪽을 증오할 수조차 없으며, 당하는 쪽의 고통까지도 얼마쯤 나누어 짊어져야 한다는 것까지도요. 그래서 그분은 어떻게든지 제가 당하는 쪽이라고 생각되지 않도록, 제가 배신하는 쪽이 되도록 만들려고 무진 애를 썼거든요. 그래서 자기의 불운을 사실보다 훨씬 과장해서 받아들였고, 그러한 자기를 제가 배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우리의 일을 결정지어 버린 것이죠. 가증스런 것은 제가 그것을 견디어 낼수 있으리라는 자신이 선 것만으로 그분은 그런 선언을 해 버린 거에요."
— 이청준, 별을 보여드립니다(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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