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나쁜 일이 덜 일어나고
어떤 사람은 나쁜 일이 많이 일어날 수 있다.
그거에 대한 억울함을 없애기 위해
내가 전생이나 어딘가 잘못했기 때문에
나한테 나쁜 일이 많이 일어난 거라고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로 잘못을 많이 한 사람도
그만큼의 불운을 많이 당하지 않다면
인과응보라는 말이 지켜지지 않는
이 세상은 잘못된 거라고 착각할 수 있다.

나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도
그만큼의 불운을 많이 당하지 않는다.
결국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데
그렇게 돌아가야 한다고 세상을 조종하려는 행위가
나를 오히려 괴롭게 만들 것이다.

결국 세상을 옳게 만들기 위해
남을 조종하고 세상을 조종하려는 행위가
나를 괴롭게 만든다면 그것이 번뇌일 것이다.
번뇌는 나를 쥐고 흔들어서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유혹할 것이고
이 일을 해야만 세상이 옳게 변할 수 있다 여길 것이다.

하지만 옳은 세상은 무엇인가.
악한 사람도 선해질 수 있고
선한 사람도 악해질 수 있는 게 세상이라면
무엇이 인과응보라 할 수 있겠는가.

원효대사가 해골물을 시원하다 여겼듯이
내가 알고 있던 지식 모두
불변의 진리가 아닐 수도 있고
언젠가는 모두 송두리째 바뀔지도 모른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마저 바뀔지도 모른다.
나 역시 수만가지의 모습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세상은 그저 존재한다.
영원한 옳음과 영원한 그름은 없다.
그렇기에 당신이
이 모든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무가 없다면,
당신은 세상에 무엇을 더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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