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동을 먹으면서 한 아이를 만났다.
내가 먹는 걸 보면서 튀김에 소스가 뿌려진 걸 보더니
소스병에 써져있는 한자를 못 읽었는지 엄마보고 찾아달라고 했다.
어머니는 간장을 집어줬는데
내가 저는 이 소스 뿌렸다고 소스병을 보여주었다.
그래도 아이는 간장을 먹겠단다.
귀여웠다. 저 나이에도 자기 취향에 따라 선택한다는 게.
내가 먹고 있는 게 뭐냐고 물어봤다.
카마타마 우동이라고 답했더니
모르는 눈치로 엄마를 쳐다보더라.
어머니는 친절히 설명해주셨고
아이는 이래저래 나한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아이는 내가 먹는 양이 많아서 신기한 것 같았다.
대단하다 연신 이야기하면서
나는 “어른이 되면 너도 이만큼 먹을 수 있을 거야”라고 답했다.
그리고 다 먹는 걸 보면서 또 대단하다 하더라.
근데 너도 그만큼 먹었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랑 헤어지면서 보니까
아이도 내가 먹은 양만큼의 우동을 싹 비웠다.
그래서 너도 대단하다 해줬다.
대단했다. 분명 어른만큼 못 먹을텐데.
뭔가 울림이 있기도 하고 힐링도 됐다.
저 나이대 애들이 형아를 좋아한다지만
낯선 사람한테 말을 거는 나이대는 지났을 것이다.
결국 내가 도와주니 마음을 열었던 거고,
그렇게 아이는 나를 믿고 세상을 믿으며
건강한 마음을 가진 아이로 클 것이라 생각하니
뭔가 울컥해오기 시작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크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