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휴대전화 복제본 일괄 추출해 별건 혐의 적발… 대법 "영장주의 위반"
<사진=어도비스톡>
[대법원 판결]
대법원이 수사기관이 압수한 휴대전화 복제본에서 모든 전자정보를 엑셀파일 형태로 추출해 별건 수사의 단서로 활용한 것은 영장주의에 반한 위법한 압수라며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8월 14일 군기누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A 중령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2020도10908).
[사실 관계]
A 중령은 2018년 국방분야 계획서를 작성해 검사 4명에게 발송하고, 공군 관급공사 내용이 포함된 사업계획서를 변호사 3명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 또 부하 직원에게 부서 예산으로 전역 예정 군법무관 선물용 잉크를 사게 하거나, 진급선발 결과를 누설하고 출장 차량 배차를 지시한 혐의도 함께 기소됐다.
A 씨의 혐의는 2018년 기무사 계엄령 문건 사건 수사 과정에서 특별수사단이 참고인이던 A 중령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면서 드러났다. 수사관은 복제본을 만들어 전체 정보를 엑셀파일로 추출해 군검사에게 제공했고 군검사는 이를 탐색하다 해당 혐의를 발견했다. 이후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A 중령을 기소했다.
[하급심]
군사법원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원심은 "특수단 디지털포렌식 수사관이 복제본에서 이 사건 엑셀파일을 출력한 것은 제1영장 혐의사실에 관련된 전자정보를 선별하기 위한 사전 준비절차로 볼 수 있어 영장주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영장 집행 과정에서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관계없는 정보까지 무분별하게 탐색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제1영장 집행 결과 획득한 이 사건 전자 정보와 후속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했다.
[쟁점]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반출된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혐의사실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임의로 저장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하는 행위가 영장주의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압수인지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본건 포렌식은 휴대전화 복제본 전체를 엑셀로 일괄 변환했고, 작성/편집 일자 제한·검색어 필터 등 아무 제약 없이 수사기관이 언제든 열람·탐색할 수 있게 했다"며 "이는 영장주의·적법절차 원칙에 반하는 위법 압수"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제1영장 집행 시 복제·탐색·출력 과정 참관 의사를 철회했더라도, 이는 '혐의 관련 정보만 선별·추출될 것'이라는 보편적 신뢰를 전제로 한 것이지, 무제한 일괄추출 및 별건 활용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엑셀 일괄추출을 통해 별건 단서를 얻은 뒤 발부받은 제2·제3영장은, 이미 위법하게 취득된 1차 증거를 토대로 진행된 것이므로, 위법성이 치유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위법하게 수집된 전자정보에 기초해 특정된 조사대상자 진술, 그 내용을 전제로 한 각종 공문·합의서 등은 모두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며 "다른 독립 경로로 불가피하게 발견됐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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