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법사위의 행태들에서 일관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인권과 공공성의 관점에서 미디어의 차별·혐오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정치적 유불리와 개인의 편견에 따라 차별하지 말아야 할 특성과 차별해야 할 특성을 선별하겠다는 태도다."

12월 18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를 통과했다. 상정된 기존 안에는 ‘인종·국가·지역·성별·장애·연령·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하여 직접적인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 또는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하는 정보를 불법 정보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날 법사위에서 다양한 차별 이유를 포함할 수 있는 문구인 ‘등’을 삭제하고 ‘소득수준’과 ‘재산상태’를 추가해 의결했다. 그 과정에서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등’에 종교계가 우려하고 있는 ‘성적 지향’이 들어갈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차별을 일으키는 구조는 다양하며,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한 개인이나 집단 안에도 다양한 특성이 교차적으로 함께 존재하며, 이를 표적으로 한 차별·혐오 표현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따라서 몇 가지 이유에 의한 차별을 제재하는 것만으로는 지금 정보통신 환경에 만연한 차별·혐오에 결코 대응할 수 없다. 오히려 국가가 제한된 이유의 차별만을 명시하여 제재하는 것은, 곧 그 밖의 이유에 의한 차별은 ‘허가된 차별’로서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무엇보다 ‘성적 지향’이 차별 이유에 포함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법사위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을 적극적으로 조장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로 차별행위다. 이는 이번 「정보통신망법」개정안이 애초에 그 모호성으로 인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함께 논의되어야 함이 시민사회로부터 지적되었음을 고려하면 더 큰 문제다.

 같은 날 법사위는 「방송법」 개정안에서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규정에 포함되어야 할 사항으로 ‘양성평등’을 ‘성평등 및 성 다양성 존중’으로 확대하는 안을 ‘양성평등’으로 되돌렸다. 당시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안이 “동성애에 비판적인 분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가 있다”라고 주장했으며,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성평등은 굉장히 위험한 개념”이며, “성 다양성에도 반대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아무런 제재 없이 받아들여졌다.

‘양성평등’은 여성과 남성을 서로 동등하게 대립하는 쌍으로 상정함으로써 구조적 성차별의 문제를 가리는 한계적 개념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양성평등’ 용어의 개선은 당연하고 필요했다. 이를 되돌리는 것은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한 윤석열을 탄핵하고 평등한 사회로의 전망을 그리는 지금 시민의 요구에 역행하는 퇴행이다. 또한 ‘양성평등’은 양성에 포함되지 않는 다양한 성을 포괄하지 못하는 차별적 용어이며, 이를 고수하는 과정에서 나온 두 의원의 발언은 누군가의 존재하고 재현될 권리보다 혐오할 자유의 우위를 주장한 성소수자 혐오 표현이었다. 이를 제재하기는커녕 받아들인 법사위는 차별을 용인하고 조장한 책임이 크다.202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온라인 혐오표현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온라인의 혐오 표현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오프라인 실생활에서 경험한 혐오 표현의 장소가 방송 매체라는 응답이 반을 넘기며 가장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미디어의 차별·혐오가 심각한 문제이며, 이에 대한 통합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한, 같은 조사에서 여성과 성소수자는 혐오를 경험하는 주요 표적 집단으로 나타났다. 법사위가 어떻게든 방치하고 조장하려 젠더 구조에 따른 차별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이번 법사위의 행태들에서 일관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인권과 공공성의 관점에서 미디어의 차별·혐오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정치적 유불리와 개인의 편견에 따라 차별하지 말아야 할 특성과 차별해야 할 특성을 선별하겠다는 태도다. 그러나 미디어의 차별·혐오의 문제로부터 특정한 시민만을 선별적으로 보호할 수는 없다. 누군가의 정체성을 쪼개어 일부만 보호할 수는 없을 뿐 아니라, 차별·혐오가 만연한 미디어 환경으로 인한 해악은 미디어를 이용하는 모든 시민이 함께 경험하기 때문이다. 법사위는 당면한 차별·혐오의 문제 앞에서 보인 무관심과 악의를 사과하고, 문제 해결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따라서 국회에 요구한다.

 

하나. 법사위는 2025년 12월 18일 회의 과정에서의 차별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

하나. 국회는 「정보통신망법」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하나. 국회는 「방송법」개정안의 ‘양성평등’을 ‘성평등과 성다양성 존중’으로 개선하는 안을 원상복귀하여 의결하라



2025.12.23.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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