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2026 지방선거를 앞두고, 폭력과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어 갈 책임을 위임받은 각 정당에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하나. 성폭력 가해에 대한 반성과 사죄 없는 정치인은 공직 후보에서 제외하라. 하나. 공직 후보 선출 및 임명 과정에서 후보자의 성폭력 관련 이력 및 성평등 관점을 제대로 검증하라. 하나.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유발, 조장하는 조직 구성원들을 엄중히 제재하라. 하나. 당의 무책임한 대처로 인해 추가적·지속적 피해를 입는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유행열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하 유 전 행정관)은 작년 12월 청주시장 선거 예비후보 출마를 선언했다. 유 전 행정관은 2018년에도 청주시장 선거 예비후보로 출마하였다가, 당해 #미투 운동의 물결 속에서 한 여성이 1986년 유 전 행정관으로부터 입었던 성폭력 피해를 용기 내어 고발하면서 중도 사퇴한 바 있다. 유 전 행정관은 피해자의 증언을 전면 부인했고, 피해자 측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후 8년 간 아무런 인정과 사과, 반성 없이 또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가 자신의 후보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게시하자, 다시 피해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피해자의 문제제기를 ‘정치 공작’, ‘거짓 미투’로 일축하고 있다. 유 전 행정관은 민주당 충북도당이 본인을 후보 자격 정밀심사 대상자로 분류한 것에 반발해 단식 투쟁을 벌였고, 민주당 충북도당 고문단 25명은 지난 2월 25일 충북도당 당사 앞 기자회견에서 ‘거짓 선동이나 외부 압박에 흔들려 당의 기준을 스스로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며 유 전 행정관을 옹호하고 나섰다. 
#미투 운동 당시 여러 성폭력상담소에는 평생 처음으로 말하는 거라며 수십 년 전의 피해에 대해 털어놓는 이들의 전화가 걸려 왔다. 피해자들이 긴 시간 침묵을 지켰던 이유는 말해도 믿어주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 오히려 내가 성적 비방과 의심, 추궁의 대상이 될 거라는 공포, 조직/운동, 가족에 해를 끼친다는 비난을 받거나 권력 집단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이런 염려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만에 다시 피해를 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피해자들이 #미투 운동을 보며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일말의 믿음과 희망을 갖게 되었기에, 그리고 예상되는 고통과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다른 사회여야 한다고 요구하기 위해 나선다. 피해를 공론화한 당사자들만이 아니라, #미투 집회에 참석해 찬 바닥에 앉아 구호를 외쳤던, 마이크를 들고 자신의 피해 경험을 발언했던 수많은 시민들이 더 이상 성폭력을 가벼이 묻어 넘기거나 피해자를 비난하는 사회가 되어선 안 된다고 수없이 외쳤다. 
작금의 상황을 보며,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2026 지방선거를 앞둔 한국 사회는 #미투 운동의 외침에 응답하여 얼마나 변화해 왔는가? 
유 전 행정관의 행보는 낯설지 않다.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각 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비난하여 2차, 3차의 피해를 겪게 만든 정치인들을 후보로 공천하였다. 지난 2월에는 박정현 부여군수 저서 출판기념식에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참석했다. 권력형 성폭력으로 실형을 선고 받고도 잘못을 제대로 인정한 적도, 피해자에게 사죄한 적도 없는 안희정 전 지사에게 박 군수 및 박범계 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정치인들이 지지와 동지애를 표하는 모습은 성폭력 없는 사회를 염원해 온 피해자 및 시민들을 또 다시 참담하게 했다. 

故장제원 의원, 故박원순 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처럼 특히 정치인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 피해자에 대해 ‘거짓 고발’, ‘정치 공작’이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피해자의 피해 고발을 ‘정치적 음모’로 몰아가며 면피하려는 집단적 행동이야말로 관행화된 정치공작이다. 이는 위력을 이용한 권력형 성범죄를 드러내고 예방할 가능성을 가로막는다. 민주당은 성폭력 피해자가 겪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를 하고 있는가? 피해자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조직구성원에 대해 단호한 경고 및 징계 조치를 하였는가? 성폭력 가해 이후 어떠한 반성도 사죄도 없는 자들이 정계에 복귀하여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지속적인 고통을 주는 상황을 방치‧조장하고 있지는 않는가?이는 성폭력 가해자에게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재기의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요구가 아니다. 최소한 공직에 나서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과오와 그로 인해 피해자가 겪는 피해 전반에 대해 충분한 반성과 성찰, 사죄를 위해 노력할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2026 지방선거를 앞두고, 폭력과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어 갈 책임을 위임받은 각 정당에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하나. 성폭력 가해에 대한 반성과 사죄 없는 정치인은 공직 후보에서 제외하라. 

하나. 공직 후보 선출 및 임명 과정에서 후보자의 성폭력 관련 이력 및 성평등 관점을 제대로 검증하라. 

하나.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유발, 조장하는 조직 구성원들을 엄중히 제재하라.

하나. 당의 무책임한 대처로 인해 추가적·지속적 피해를 입는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라. 



2026.03.06.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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