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연한 불법이었음에도 국가가 눈감아주거나 직접 나서기까지 했던 임신 중지가 최근 몇 년 동안 천하의 비도덕적 행위로 여겨지게 된 것은 태아의 생명을 유독 사랑하는 분들이 큰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천국에 보내주겠다며 면죄부를 팔고, 마녀사냥을 빙자해 무고한 여성들을 불에 태워죽이고 물에 빠뜨려 죽였던 과거를 계승한 분들, 최근까지도 어려운 가정의 어린이들만을 골라 성적 학대의 먹잇감으로 삼았던 범죄자들을 비호했던 분들, 동성애자들에게 불벼락을 내리겠다는 분들이 어찌된 일인지 생명 사랑의 투사로 거듭났다. 때마침 국가적 저출산 문제가 겹치면서 사문화된 것이나 다름없던 낙태죄가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게 되었고, 임신 중지는 은밀한 곳으로 숨어들었다.
-김명희『가장 펑범한 아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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