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린 수도사가 스승에게 물었고

"스승님, 신께서는 그분 밑의 모든 것을 유한하게 하셨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우리가 가지는 신에 대한 믿음 또한 유한하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만약 신에 대한 믿음에 끝이 온다면 어찌해야 합니까?"

스승은 짧게 답했다.

"그냥 믿은 척을 하거라."

그 대답에 어린 수도사가 놀라 다시 물었고 스승은 그 물음에 다시 답하였다.

"큰일날 소리이십니다. 신께서 들으시면 어찌하시려 그러십니까?"

"걱정 말거라. 벌을 줄 것이었으면 모두에게 이미 주었을테니."

선문답 같은 스승의 대답에 어린 수도사의 눈동자가 한참을 흔들렸다.

"그럼 얼마나 많은이들이 스승님과 같습니까?"

그것은 그 답을 이해하기 어려움이 아니라 그 의미를 알고, 그 무게를 알았기 때문이었다.

"아마, 우리 수도원에는 네가 가장 어리니 너 말고는 없을 것이다. 나이든 것들은 원래 거짓말을 잘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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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더 이상 어리지 않은 수도사는 미사에 나온 사람들 속에서 한 청년을 보았다. 그러자 청년도 수도사를 바라보았다. 타들어가는 향로의 자욱한 향기 속에 성가가 끝날 때 즈음, 사제의 기도가 시작됐다.

"이제 일어나 우리의 신앙을 고백합시다."

사람들은 목동의 말을 들은 순한 양처럼 모두 일어섰고, 청년은 이내 그 속으로 사라졌다.

짧은 순간,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수도사는 알 수 있었다. 그의 눈빛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그가 자신과 같은, 지혜는 있으되,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

용기없는 사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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