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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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기 위해 씁니다. 읽기 위해 씁니다.

한자대모험(汉字大冒险)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게임명: 汉字大冒险
개발사: InsVolcStudio
배급사: InsVolcStudio
출시일: 2022년 12월 17일
장르: 퍼즐, 소코반, 한자

생각

『汉字大冒险』은 한국어로 읽자면 한자대모험으로, 소코반 형식으로 한자를 조합해서 퍼즐을 푸는 게임입니다. 예를 들자면 플레이어 캐릭터(人)가 출구(出口)에 닿으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데, 맵에 出자가 없고 山자가 두 개 있어서 두 한자를 합쳐야 출구를 만들어서 나갈 수 있는 형식이지요. 스팀의 이번 상자 밀기 게임 축제 참가작이라 알게 되고 구매로 이어졌습니다.

글자를 회전시키거나, 반전시키거나, 반대 뜻으로 만드는 블럭들과 조합하는 기믹이나, 미는 방향에 따라서 다른 글자에 합쳐야 하는 글자를 실수로 플레이어 캐릭터와 합쳐버린다거나(플레이어 캐릭터(人)가 一을 옆으로 만나면 大가 되어 버립니다) 하는 기믹들이 어느 정도 재미있는 게임이지요.

플레이하다보면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다거나, 의도한 것이 아닌 것 같은 해답으로도 스테이지가 통과된다거나, 힌트등의 부재(누가 공략을 올려줄 정도로 많은 플레이어가 플레이한 게임은 아니라, 막히면 정말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등 소코반 게임을 꽤 해본 입장에서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냥 한자가 이런 식으로 사용되는 것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Chinatris(一字不落)』도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했던 입장에서는 비슷한 콘셉트의 게임이 또 나와준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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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맨더 퀘스트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게임명: 커맨더 퀘스트
개발사: Flyway Games, Inc.
배급사: Flyway Games, Inc.
출시일: 2025년 4월 4일
장르: 덱빌딩 로그라이크, 전략

생각

응원하는, 비슷한 도전을 하는 회사의 제품이라 플레이해보게 되었습니다. 덱빌딩 로그라이크이고, 진군로를 따라 유닛들이 전진하며 전투하는 자동전투를 기반으로 합니다. 턴제처럼 이루어지는 유닛의 배치 이외에도, 실시간으로 전장에 능력을 사용한다거나 전투 중에도 유닛을 배치할 수 있어 약간의 실시간 전략 속성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잘 할 수 있는 장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데, 제가 기본적으로 덱빌딩 로그라이크처럼 기물의 가치 판단이 중요한 게임을 잘 하지도 못하거니와, 거기에 더해진 실시간 전략 요소가 제게 마이너스였으면 마이너스였지 만회할 기회로 주어질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몇 판 했을 때 실제로 그래 보입니다. 기초적인 상성관계 파악도 어렵고, 이걸 다 배우기 전에 게임을 계속 할 의욕을 잃을 것 같은 상태입니다.

그 제일 앞에 있는 것은 아무래도 게임오버 후 재시작할 때마다 명시적으로 '실망'하는 내레이션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패스 오브 엑자일』시리즈의 시련의 대가 콘텐츠에서도 그랬지만, 저는 게임을 잘 못하는 것에 컴플렉스가 있고, 게임이 그것을 언급하는 것을 웃으며 받아들일 정도의 도량이 없습니다. 계속 반복하면 게임에 대한 이해가 오르고 새로운 요소가 해금되어 이 게임을 더 잘 하게 될 수 있을 수도 있지만, 글쎄요. 그 때까지 계속 "1장 보스 구경도 못했냐" "실망" 같은 대사를 보면서 기분이 안 나쁠 수는 없고, 그걸 참으며 게임을 계속 하는 건… 좀 어렵습니다.

어쨌든 1장 보스 정도는 클리어하는 짧은 기간동안 플레이하며 느낀 건, 내 덱 파워가 모자란데 적도 그렇게 강하지 않은 경우, 전투가 지지부진한 것처럼 느껴지는 기간이 좀 길다는 감각이었습니다. 그 상태가 길어지는 것 자체가 제가 잘못 플레이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 같기는 한데, 잘못된 플레이가 적절하게 처벌받고 있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역사와 판타지 종족을 섞고 가볍게 묘사된 콘셉트는 흥미로운데 제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습니다. '희생' 같은 카드의 이미지에서 손수건을 흔드는 묘사가 너무 가볍다던가, 한정된 조건으로 자원 획득량을 두 배로 만들어주는 카드의 이미지 내에 'x2'가 그려져 있다던가 하던 것들이 조금 이상해 보였습니다. 챕터 1 보스의 콘셉트는 재미있었습니다. 공성탑이라거나, 강력한 증원군이 도착할 때까지의 타임어택이라거나 하는 것들은 십자군을 배경으로 삼았기 때문에 몰입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덱빌딩 로그라이크를 이것저것 먹어보셔서 다른 걸 먹어보고 싶고, 덱빌딩 로그라이크의 선택을 실시간 전략 전투 내에서 즐겨보고 싶다면 다른 선택지가 없는 고유한 맛이 있는 게임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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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가 되는 법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서명: 서평가 되는 법
저자: 김성신
출판사: 유유
출간일: 2025년 4월 24일

생각

저는 출판사 유유의 기획을 재미있다고 느끼고, 별로 하지 않는 짓도 하는데 유유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읽는 일이 그 중 하나입니다. 최근 화의 회사 옆 텃밭 이야기, 육아휴직과 복직 이야기, 파쇄된 책 이야기를 보다가 아래쪽에 붙은 북토크 배너를 보았습니다. 가기 편한 위치와 시간대더라고요. 그리고 책의 내용은 제가 관심이 있는 서평 쓰기에 관한 책. 『서평가 되는 법』은 그렇게 사게 된 책입니다.

공식 출간일은 4월 24일이고, 서점에서는 4월 18일부터 풀렸고 저는 4월 21일에 이 책을 사서 읽고 이 포스팅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4월 23일에 열리는 북 토크에 참석한 다음날 이 글이 올라갈 예정이니(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4월 23일까지는 포스팅이 예약되어 있습니다.) 이 글이 검색이 많이 된다면 출간일에 맞춰서 리뷰가 올라가게 되겠지요. 어쩌면 4월 23일 저녁에 이 포스팅에 내용을 더할지도 모르겠네요.

유유의 책 중 서평에 관한 책이라면 『서평 쓰는 법』(이원석, 유유)이 있고, 이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 책 포스팅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참고했습니다. 해당 책이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 다루었다면, 이 책은 제목처럼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어떻게 서평가가 될 수 있었는지를 다룹니다. (스포일러: 대부분 저자분이 서평가로 프로듀스하셨음)

책의 메세지는 제가 봤을 때는 단순합니다. 당신도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처럼) 서평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저자와 독자를 존중해 주었으면 좋겠다. 명료한 메세지입니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책은 지면을 얻거나, SNS를 통해 유명해진 서평가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유유의 책에서 제가 좋아하는) 출판기획상 『서평가 되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만약 지면을 얻거나 큰 인기를 얻는 것이 서평가가 되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한다면(이 책의 메세지에도 불구하고 그리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평가가 되는 것은 결국 지면을 얻거나 SNS 스타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인 건가?"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 부당한 욕심이겠지만 '누구나 될 수 있는' 서평가에 대한 사례가 좀 더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 블로그를 쓰는 이야기를 해 볼까요. 이 블로그를 주변의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공유했을 때, "본인도 책을 읽은 걸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말을 생각보다 자주 듣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건 옵션일 수는 있어도, 일단 기록하는 것이 좀 더 우선이라는 느낌이죠. 저는 읽히기 위해 쓰는 것이 우선입니다.(비록 검색 엔진은 저를 버렸지만…) 저는 제가 쓰는 글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소개한 책이나 게임, 음식을 다른 사람들도 경험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제 생각을 보고 그걸 한 켠에 두고 자신의 생각을 뻗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 작업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래의 저도 사람이라는 점에서, 기록의 의미가 없지도 않지요.

그런 면에서 저는 이 책에서 말하는 서평가로서 활동을 이미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지면을 얻거나 SNS로 유명해진 건 아니지요. 블로그를 봤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한 자리수 대이지만, 일단은 제가 이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만족스럽습니다. 『서평가 되는 법』은 이런 저를 독려해주고, 저도 조금만 더 꾸준함을 더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 닿을 수 있다는 이야기인 것 같아 와닿는 책입니다.


(4월 23일 추가) 북토크에 다녀왔습니다. 이런저런 감상이 있지만, 질문과 답변을 통해서,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서 여러 사람의 동의와 지지를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조금 더 성실하게 글쓰기를 계속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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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서명: ISBN 검색
저자: 한병철
역자: 김태환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출간일: 2012년 3월 5일
원서명: Müdigkeitsgesellschaft(독일어)
원서 출간일: 2010년10월

생각

『모래의 여자』를 읽고 나서 와이프의 책장에 꽂혀 있던 책들을 보던 중, 눈에 들어와서 고르게 되었습니다. 책등에 한국어로 된 저자명 아래에 번역자 이름이 있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요.

책은 짧고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료해 보입니다. 규율과 금지, 외적의 존재로 대표되는 사회의 수명은 끝났고 높은 성과를 내고 성장하는 것을 근간으로 삼는 사회가 되었으며, 이러한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설명들은 틀릴 수밖에 없다는 것. 예를 들자면 규율사회의 정신적 질환인 히스테리는 규율 사회의 억압으로 인한 무의식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성과사회의 정신적 질환인 우울증은 규율에 의한 억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무의식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저는 이러한 분석이 꽤 많은 것을 설명해 준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단순하게는 저 자신이 이 책에서 묘사하는 듯한 후기근대적, 성과지상주의적 세계에 살고 있다는 자각이 있기 때문이고, 어떤 종류의 당사자성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이나, 어떤 게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에서 말하는 자기 자신의 노예처럼 일하는 사람들의 설명이 딱 맞아 떨어질 것이고, 저는 그런 사람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읽어본 몇 권 안 되는 책 중에서는 이 책이 저같은 처지의 사람들에 대해서 제일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한편, 이 책이 발표된 것은 2010년이고 올해는 2025년입니다만, 그 사이 있었던 일들이 몇 가지 있지요. 2014년부터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15년의 샤를리 엡도 사건. 두 번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한국에서는 "중국"을 적국으로 몰아붙이는 세력이 준동하고 있고, 이민자와 성 정체성에 대한 공격도 거세지고, '참교육'을 폭력으로 해석하는 콘텐츠가 유행하며 학생 인권 조례는 후퇴하고 있지요.

이 책에 의하면 몰락한 면역학의 패러다임이, 어떠한 형태로 다시 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면역에 대해서 잘 모르고 이런 단어를 쓰는 건 건방진 일일 수 있지만, 자기면역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군요. 실제로 중국을 적국으로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의 반대 세력을 공격하기 위한 의도로 호명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과연 그런 의도는 분리 가능한 것일까요? 저와 같은 것을 봤을 저자와 역자는 이 책 이후에 일어난 현상들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지금은 그게 제일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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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농카이의 뿌팟퐁커리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가게정보

상호: 바나나리프 어메이징 타일랜드 농카이
인허가번호: 19990069014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56-11(1층 서교동)
방문한 날짜: 2025년 4월
먹은 메뉴: 뿌팟퐁커리, 밥, 쏨땀

뿌팟퐁커리, 하트색으로 담겨져 나온 밥, 채썬 야채와 방울토마토가 소스에 버무려진 쏨땀.

생각

일 하다가 업무상의 스트레스가 오전부터 높아지던 시점, 오늘 점심은 뿌팟퐁커리를 먹어야겠다고 결심했고 그대로 행동으로 옮겨 먹게 되었습니다.

이 근처의 태국음식집 중 심플리 타이가 좀 더 한국식 입맛, 어메이징 농카이가 좀 더 현지 입맛이라는 평이 있습니다만 그 부분은 다른 방문 때 다른 음식도 먹어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쏨땀은 제가 시킨 것이 아니고, 사진에도 살짝 나와있는데 송끄란(태국의 설이라 보면 될 것 같네요) 맞이 서비스라고 합니다.

뿌팟퐁커리는 맛은 있었는데, 약간 제가 지난 번에 다른 곳에서 먹은 거―그러니까 기대한 거―랑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튀김에서 게 맛이 느껴지긴 했는데 소프트 셸 크랩을 썼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심플리 타이를 안 간 이유가 꽃게를 쓰기 때문이었는데, 음… 뭐, 이번이 두 번째로 먹어본 거니까 다른 곳에서 또 먹어보면 느낌이 다르겠죠.

밥은 사진과 같이 하트모양으로 나오는데, 무엇보다 가격이 2,000원이라서 놀랐습니다. 공기밥은 천원이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는데, 양이 그만큼 많긴 해서 비싸냐? 하면 아니지만… 그래도 공기밥은 천원인데.

쏨땀은 새콤하고 씹히는 맛이 익숙하지 않은 채소를 쓴 음식이었는데,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뿌팟퐁커리 자체도 양이 많아서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나와서 먹기는 조금 힘들었습니다.

가능하면 다시 가서 다른 음식도 먹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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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farer®: 작별 인사 에디션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게임명: Spiritfarer®: Farewell Edition
개발사: Thunder Lotus Games
배급사: Thunder Lotus Games
출시일: 2020년 8월 18일
장르: 플랫포머, 기지 건설, 이야기 중심

생각

『Spiritfarer®: 작별 인사 에디션』은 스팀 세일 메인에 붙어있는 90% 할인 게임이어서 샀습니다. 같이 나열된 게임들이 꽤 검증된 게임들이라서, 게임에 대해서 잘 모르고 사도 지뢰를 밟을 일은 없겠지 싶었습니다.

게임의 근간은 기지 건설과 모험입니다. 자원을 모으고 기지를 세우고, 얻은 생산물로 갈 수 없던 곳에 가고, 거기서 고급 자원을 모으고. 플레이어는 죽은 사람들이 최후에 후회없이 떠날 수 있게 만드는 사명을 위해 이 일을 반복하는 게임입니다.

게임 자체의 난이도가 그렇게 어렵지 않아 제가 할 수 있는 수준이고, 이동 도중에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것저것을 최적의 동선으로 만들기 위해 바쁘게 하게 되는 게임이라 손이 심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캐릭터들도 매력적이고, 작별의 순간도 눈물샘을 자극하지요.

디자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부분은, 이동 시간을 게임플레이로 채워넣어서 빠른 이동이 탐험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는 지점이었습니다. 항해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 많이들 택하는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의외로 기지 건설을 빡세게 하는 게임에도 적용해볼만한 여지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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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E. D. iff 증명종료(Q.E.D.iff-―証明終了―) 30권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서명: Q.E.D.iff-―証明終了―
저자: 가토 모토히로(加藤元浩)
출판사: 고단샤(講談社)
출간일: 2025년 4월 16일
국내 발매 서명: Q. E. D. iff 증명종료

생각

『Q. E. D. 증명종료』 50권을 거쳐 『Q. E. D. iff 증명종료』 30권… 총 80권에 이르는 여정을 거쳐, 이 작품의 두 주인공 중 한 명인 가나는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다른 주인공인 소는 어떤가? 소는 거의 바뀌지 않는 타입의 주인공이지만, 인간관계를 통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래서 더욱 즐겁다고 할까요.

Q. E. D.는 작품을 거쳐서 등장인물들의 상태나 관계에 큰 변화가 없는 이른바 "사자에상 시공"인 작품이고, 추리물에서는 꽤 흔한 일이죠. 그런 작품이라 주인공들이 뭔가 강하게 흔들리는 에피소드들이 인상에 남습니다. Q. E. D. 증명종료 10권의 에피소드도 그렇고요. 지금 연재 내용은 에피소드 전체를 그렇게 할애하고 있지는 않지만, 비슷한 느낌입니다. 29권이 클라이막스였고, 30권은 에필로그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이미 잡지에서는 후속작인 『Q.E.D. UNIV.』의 연재가 시작되었는데, 별 일이 없으면 평범한 사자에상 시공으로 돌아가겠지요. 일단은 이 타이밍을 즐기고 싶습니다.

대학 입시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 최근 권들인데, 대학 입시에 많은 것이 걸려 있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한국인 중 한 명인 저도 이런저런 생각이 드네요. 이전 권의 에세이 에피소드라거나, 이번 권의 기부입학에 관한 에피소드, 한국 교육 이대로 괜찮은가… 아니, 생각이 너무 비약하는 것 같습니다. 뭐, 이렇게 생각이 이어지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기는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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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ga Mosaic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게임명: Mega Mosaic
개발사: Mark Ffrench
배급사: Divide The Plunder
출시일: 2024년 5월 3일
장르: 퍼즐, 지뢰찾기

생각

『Mega Mosaic』는 『Proverbs』의 전작입니다. 세일하는 김에 해 보는데, 확실히 전작스러운 부분이 보입니다. 규칙이 다르고, 게임의 다듬새가 조금 아쉽습니다.

후속작과 마찬가지로, 유사-지뢰찾기 퍼즐입니다만, 『Proverbs』와 그 후속작 『2024: Mosaic Retrospective』가 규칙상으로 같았던 것과 달리 조금 규칙이 다릅니다. 게임 전체는 꽤 크기 때문에 적절한 구분감과 달성감을, 그리고 레벨 디자인(?)을 위해 구역이 나뉘어 있는데, 후속작들은 인접한 구역들끼리 퍼즐이 연결되어 있지 않았던 반면, 이 작품은 구역을 나누는 선에도 힌트가 놓여 있고, 그 힌트는 양 쪽 영역에 모두 영향을 미칩니다.

이건 좀 재미있겠거니? 하고 접근해 봤는데 웬걸. "이 구역만 하고 오늘은 그만해야지" 했는데 그 구역에서 힌트를 찾을 수 없고, 인접한 구역의 힌트 기반으로 채워 나가서 넘어 와야지 풀 수 있는 퍼즐은 이번 세션에 내가 이 게임에 쓸 시간을 예상 불가능하게 만들었고(점심시간을 넘겼고), 첫 구역을 맞추는 동안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괜히 다음 작들이 구역간에 퍼즐이 이어지지 않게 만든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몇 구역은 또 괜찮긴 했는데요.

어쨌든 비교적 단순한 머리 쓰기로 시간과 고통을 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플레이할만한 게임입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개발자분이 신작을 올렸던데, 그것도 적당히 해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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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砂の女)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서명: 砂の女
저자: 아베 고보(安部 公房)
출판사: 신초샤(新潮社)
출간일: 1962년 6월 8일(문고본 2003년 3월 1일)
국내 발매 서명: 모래의 여자

생각

와이프가 일본 여행 중 헌책방에서 산 책들 중에는 아베 고보의 문고본이 잔뜩 있는데, 그 중 제일 유명한『모래의 여자』정도는 읽어보기로 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는 어떤 우화처럼 느껴집니다. 무기력하고 병적인 현대인이 그런 환경을 벗어나 '휴가'라는 일시적인 일탈을 추구하다 부조리하게 현대 문명의 보호를 박탈당하고 나서 역설적으로 주체성을 회복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지지요. 다른 한 면으로는, 부조리하게 현대 문명의 보호를 박탈당하고 나서, 이런저런 발버둥을 한 끝에 현재 상태에 안주하고 순응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할 겁니다. 현재 상태에 안주하지만 주체성을 회복하는 건 꽤나 모순적으로 느껴지죠.

읽은 시기가 읽은 시기이니만큼, 저는 2024년 12월 3일에 겪은 일을 주인공이 겪은 일과 겹쳐서 보게 되었습니다. 부조리하고, 난데없이 찾아온 재난. 그 재난으로부터 빠져나가려는 시도. 실패. 중간 이후로의 이야기의 흐름은 현실의 흐름과 꽤 달라지고, 현실의 우리들은 이야기의 주인공과 달리 현재 상태에 있기를 일견 거부한 것처럼 보입니다만, 저는 과연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예를 들자면 계엄이 유지되고 친위 쿠데타가 성공한 세상에서, 여전히 부정의한 세상에 복무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희생양을 착취하면서 '그래도 차별과 부정의 없는 세상을 만들긴 해야지. 하지만 오늘은 블로그 마감부터 맞추고…'라고 생각하는 저 자신에 대한 생각이 떠올라 두렵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과 다른 '최악의 사태'가 일어났을 가능성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살아있는 상황이 그런 '최악의 사태'와 얼마나 다른가를 알아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지요.

뭐가 되었건,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며 사는 삶이 모순적이지 않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는, 모든 것이 연결된 사회에서는 특히 그렇지요. 저는 3부에서 보여주는 주인공의 상태가 그 모순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탈출을 위해 새덫을 놓지만, 그것이 계획대로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하고. 결국 탈출할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것을 행동에 옮기지 않고. 그러나, 탈출 자체를 부정할 생각도 없고.

제 현실 또한 많은 모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이것은 제 삶에서 열린 질문입니다. 아마 의도적으로 결론을 내지 않을 질문일 겁니다. 그런 면에서는 제가, 회색 세상에 있는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모래 구덩이 아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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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죽어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이 밈이 지지를 얻는 것은 설명하고 설득하는 행위가 보답받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요즘 말로 '현타 오는' 상황에 대해 넓은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이 밈이 퍼지는 것에는 설명하고 설득하는 행위에 현학적이고 지루한 이미지를 입히는 효과가 없지 않습니다.

밈의 메세지 자체는 "우리는 더 블락하고 덜 소통해야 합니다"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영어에서 한국어로 밈이 옮겨오면서 "Dumb Shit"에서 "그럼 죽어"로 내용이 바뀌거나, 캐릭터가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등의 변화가 발생하는 건 또 우려스럽습니다.

저는 그래도 좀 더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시도를 붙들고 싶습니다.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을 블락할 필요성에는 동의했지만, 이 밈은 명백히 그것보다 더 공격적으로 대화를 거부하는 행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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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난면방의 냉난면과 족편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가게정보

상호: 서교난면방
인허가번호: 20240097853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12길 16(1층 서교동)
방문한 날짜: 2024년 3월
먹은 메뉴: 냉난면, 족편

흰 그릇에 차려져 있는 파스타면 정도 굵기의 면이 맑은 국물 안에 있고, 소고기, 썬 무 등의 토핑이 올라가 있는 사진, 다른 한 장의 사진은 돼지 발의 젤라틴을 굳혀 네모낳게 만든 파인다이닝 스타일 접시.

생각

지난번에 먹은 들기름 비빔난면이 꽤 재미있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방문해 다른 메뉴를 먹기로 하였습니다. 냉면 메뉴가 있어서 골라 봤고, 같이 가신 분께서 사이드로 족편이라는 이름의 생소한 메뉴를 주문해서 같이 먹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맛이라고 하던데,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한데 신 맛을 적극적으로 채우는? 음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릇 자체도 밸런스있게 신 맛을 끌어올려 두었고, 따로 주는 "신맛이 강하"다고 종업원분이 경고해주시는 소스에 면만 찍어 먹는 식으로도 즐기는 음식이었습니다. 나쁘다는 건 아니고 재미있긴 했지만, 제가 평양냉면이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음식은 아니긴 했습니다. 저는 고기집 냉면을 먹을 때도 식초와 겨자를 안 치기도 하고…. 그거랑 면 위에 올라간 야채? 절임?은 신기했는데 뭔지 모르겠습니다.

족편은 찾아보니 원래 있는 전통 음식이라고 하네요. 자체에 어떤 맛이 느껴진다기보다는 식감 위주이고, 같이 올라온 겨자와 함께 먹으면 괜찮은 음식이었습니다. 대충 이 가격에 파인다이닝처럼 꾸며진 음식을 먹는 거 싫어하진 않습니다. 다음에 갔을 때 (다시) 시킬까? 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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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HOUSE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게임명: SUMMERHOUSE
개발사: Friedemann
배급사: Future Friends Games
출시일: 2024년 3월 9일
장르: 샌드박스 건축, 릴랙싱

생각

『SUMMERHOUSE』는 목표 없는 편안한 장난감 장르의 건축 게임입니다. 여름이라는 테마로, 복셀을 조합해서 여름 휴가 때, 여름 방학 때 보았을 법한 교외의 풍경을 만드는 종류의 게임입니다.

아트가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분위기, 그림자, 물에 반사되는 풍경, 복셀로 추상화되었지만 추억을 쿡쿡 찌르는 듯한 프롭들. 개인적으로 에어콘 실외기가 정말 탁월한 프랍인 것 같습니다. 노스탤지어한 여름을 다루는 게임이니만큼, 『나의 여름방학』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아쉬운 점은 인터페이스입니다. 배치는 오른쪽 클릭, (이 카테고리에서) 다음 아이템 보기는 왼쪽 클릭 순환이라는 아이템 선택부터, 깊이를 꽤 수동으로 조정해야 하는 배치 시스템. (보통 엔진에서 설정을 안 건드려서 생기는) 너무 느린 메뉴 휠 조작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한편, 저는 이 게임이 건물의 예쁜 전면(파사드라고 하나요?)을 보기 위해 직접 만드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는데, 건물 전면을 만드는 제일 확실한 방법은 건물 전체를 만드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작업은 꽤 쉽지 않습니다. 배치 문제가 이것과 연결된다고 생각하는데, 적절한 전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물의 전면을 어느 정도 입체감있게 배치할 수 있어야 하지요. 『Townscaper』나 『Tiny Glade』는 그런 면에서 특정 면이 아닌 3D 뷰에서 작동하는 게임이라서 좀 더 제게 직관적이었을까요. 개발자의 트레일러 영상을 보고 끌리지만, 정작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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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마라탕의 마라탕과 위미라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가게정보

상호: 타오마라전문점
인허가번호: 20190005423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6길 19 (서교동) 2층
방문한 날짜: 2025년 4월
먹은 메뉴: 마라탕, 위미라

마라탕에는 스팸, 면, 버섯, 완자, 청경채, 푸주, 포두부 등이 있고, 옥수수알들을 설탕을 뿌려 얇게 튀긴 위미라가 있다.

생각

벚꽃 시즌이 되면 한 번 정도는 타오마라탕에 가는 편입니다. 타오마라탕이 위치한 양화로6길은 벚꽃으로 유명한데, 그 길의 건물 2층에 자리잡은 타오마라탕은 벚꽃이 피면 창을 전면 개방해 벚꽃 구경을 하며 먹을 수 있는 스팟이 되기 때문입니다. 가게 안에서 보이는 사진을 아래에 첨부합니다.

점심식사로 먹으러 갈 때는 대기가 있을 수도 있고 해서 시간이 촉박한 편이라 샹궈 대신 탕을 먹습니다. (샹궈가 조금 더 걸리더라고요) 탕도 좋아하는 맛입니다. 샹궈만큼은 산초 등의 향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아 보통은 샹궈를 먹습니다만, 다른 사람들과 같이 시간 안에 먹는 자리에서 너무 욕심을 부리기도 그렇지요.

대신 이번에는 위미라를 같이 가신 분들과 함께 먹었습니다. 마라탕이나 마라샹궈는 단 맛으로 보충하면 좋은 것 같은데(샹궈를 먹을 때에도 땅콩소스를 곁들입니다) 그런 메뉴로 좋은 것 같습니다. 밥은 혼자 먹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만, 같이 먹는 것에는 같이 먹는 것의 즐거움이 있지요.

건물 안에서 찍은 거리의 모습. 길가의 여러 그루 벚나무들에 벚꽃이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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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ways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게임명: Freeways
개발사: Captain Games
배급사: Captain Games
출시일: 2017년 10월 1일
장르: 퍼즐, 교통

생각

『Freeways』는 교차로를 연결하는 게임입니다. 스테이지의 모서리에 연결되어야 하는 도로들이 있고, 그 도로들을 지나가려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도로를 만들고, 교차로를 만들고, 많은 교통량을 견딜 수 있게 만드는 게임입니다.

단순한 조작과 규칙으로도 꽤 머리아플 수 있어서 즐거운 게임입니다. 스테이지 선택 화면이 전체 지도 역할도 하는데, 제가 이어놓은 도로들을 따라 자동차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지요. 한 번 켜면 정신없이 하게 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을 퍼즐 감각으로 플레이하다보면 몇 가지 기초적인 기능의 부재가 아쉽게 느껴집니다. undo, clear 기능 이외로는 건설한 도로를 철거할 수 없다거나, redo가 없다거나 하는 점이지요. 그런데 도로를 그리는 인터페이스를 생각하면 이 게임은 오히려 그림판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을텐데, 그렇게 받아들이니 좀 나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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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적 저작물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지적 재산권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두 상황의 균형은 사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적 재산권이 어디까지는 제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어디부터는 보호 없는 복제를 허용하게 두어야 하는지는 그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적절하게 갱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차적 저작물이 현행 저작권법에서 그 자체가 저작권을 인정받는 것과 별개로, 원 저작물의 저작권을 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지위에 있는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팬픽, 팬 일러스트와 같은 것들이 법적으로 "저작권자가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상황인 것이 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주가 되는 2차창작의 경우에는, 그것을 소비하는 것이 원 저작물의 소비를 대신하여 원 저작자의 재산적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낮고, 그것이 자칫 '공식'으로 인지될 가능성도 거의 보이지 않으며(굿즈 종류는 이 둘을 침해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캐릭터의 모형을 들 수 있지요. 모형을 다루는 행사의 규제가 꽤나 엄격한 것은 그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수십년간 헤아리기 어려운 수의 그러한 창작물이 동인 출간되어 왔습니다.

여기에는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고 문제를 최대한 회피해 온 동인 참가자들의 유무형의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공식 로고 사용의 자제, 등장인물의 이름을 일부 가리는 관습 등 사람과 경우에 따라서 그 정도는 다르게 느껴지지만… 이런 식의 복제를 통해서 충분히 유의미한 편익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러한 2차 창작의 지위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영역에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제가 박경신 교수님께 한 학기동안 교양 저작권법 강의를 들으면서 구성한 역사에 의하면, 2차적 저작물(Derivative work)의 지위는 20세기 중반에 정의되었고(Warner Brothers Pictures v. Columbia Broadcasting System, 216 F.2d 945(9th Cir. 1954)),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와 관련된 소송(Trust Company Bank v. MGM/UA, 772 F.2d 740(11th Cir. 1985))에서 널리 알려졌다고 합니다.[1]


  1. 『영화·드라마·뉴스 만들기 법률실무 100문 100답』, 박경신,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2007, p.18 ↩︎

단순히 말하자면, 지금 2차적 저작물의 지위에는 제한된 방법으로 저작물을 만들고 배포하던 시대의 영향이 남아 있습니다. 저는 그레이 존을 벗어날 수 있는 2차적 저작물이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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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재산권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지적 재산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면 지적 재산권 제도를 통해서 이룩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저는 지적 재산권을 세 가지로 보는데, 기능을 실현하는 것에 관련된 것과(특허, 실용신안) 표현에 관한 것과(저작권) 공정한 시장을 위한 것(상표)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표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해 따로 이야기하겠지만, 어쨌든 지적 재산권이란 어떤 이로운 것을 새롭게 생각해낸 주체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한 제도지요.

그런데 이 '생각해낼 수 있는 어떤 이로운 것'이란, 대다수가 저렴하게 복제가 되거나 복제된다고 해서 그 가치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기능을 실현하는 지식도, 표현된 이야기도, 가끔은 '이 로고가 붙은 제품은 좋다'는 믿음도 말이지요. 어떤 면에서 말하자면, '생각해낼 수 있는 이로운 것'이 제한없이 복제될 수 있는 상태가 편익의 합을 극대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다면, 어떠한 노력을 들여서 복제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행위가 경제적으로 보답받지 못하는 상태가 되리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우리는 그런 행위가- 발명과 창작이 사회의 편익을 증가시킨다고 이해하고 있고, 그걸 위한 인센티브를 주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지적 재산권은 제 생각에 그것을 보장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극단적인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지적 재산권이 개인에게 기한과 범위 없이 인정되고, 그것을 계속 물려줄 수 있는 거지요. 불을 쓰기 위해서 처음 불을 발견한 사람의 자손에게 사용료를 내고요. 누군가가 벽에 커다란 낙서를 해서 그것을 방송으로 보도하면, 그 낙서를 복제한 것이기 때문에 보도하기 위해서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할 수도 있지요. 뭐, 그러면 안 되는 건 아닐 순 있지만, 사회의 편익이 그렇게 높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 주장은, 지적 재산권은 다음 두 상황의 균형을 맞추는 제도라는 것입니다.

  1. 지식과 표현이 아무 제한 없이 복제되어 지식과 표현을 만들어려내는 시도가 저해되거나, 사회가 원하는 만큼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
  2. 지식과 표현의 복제가 너무 제한되어 사회가 복제로 얻을 수 있는 편익이 감소하는 상황

대부분의 경우는 1번 상황이 문제가 됩니다. 2번 상황은 꽤 이론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충분히 주의해서 관찰한다면 사회의 어떤 문제는 2번 상황에 해당한다는 걸 찾아보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미 우리의 지적 재산권은 만료, 공정 이용과 같은 방식으로 동의 없는 복제를 허용하고― 다시 말해 제작자의 권리를 무한정 인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두 상황의 균형은 사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적 재산권이 어디까지는 제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어디부터는 보호 없는 복제를 허용하게 두어야 하는지는 그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적절하게 갱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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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Over Magic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게임명: Mind Over Magic
개발사: Starkypants
배급사: Klei Publishing
출시일: 2025년 2월 13일
장르: 생존 기지건설

생각

같이 게임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로부터, 정보가 넘치지만 맛들리면 오래 잡을 수 있는 게임이고, 『폭풍반대』 같은 맛이라길래 잡아보게 된 게임입니다.

마법 학교를 건설해나가며 바깥쪽의 위협과 아래쪽의 위협을 이겨나갈 수 있는 콜로니를 만들어나간다는 콘셉트 같습니다만, 일단 게임이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지 못했고, 뭘 해야 할지 모른 채 덩그러니 남겨진 채로 제가 게임을 오래 붙들고 있을 수 없어 얼마 플레이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몇십 시간을 재미있게 플레이했는데, 저는 그렇게 붙들고 있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가? 게임 잘못은 아닙니다. 설명이 부족할 수는 있지만 원래 그런 장르에 가깝습니다.(일어날 수 있는 일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설명을 일일히 넣는 것이 게임의 이해를 돕는 것보다 질리게 만들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시간을 원하는 타이밍에 일시정지할 수 있는 장르에 완벽주의적으로 굴다 미쳐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다음에 뭐가 일어날 지 모르고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모르겠는 점이 제게는 심적 부담이 심했던 것 같습니다. 웃기지 않나요. 첫 판이고 아무 일도 없을 수도 없는데 지레 겁먹어 게임을 더 진행시키지 못한다니. 그만큼 지쳐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지만요.

좀 더 플레이해보고 쓰고 싶지만, 다른 어떤 계기가 있지 않는 한 더 잡고 있지 않을 것 같지는 않아서 마무리하고 일단 올립니다. 어떤 계기가 있으면 다시 플레이해보고 좀 더 의미있는 글로 바꿀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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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로쿠 홍대본점의 지도리 우동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가게정보

상호: 겐로쿠우동
인허가번호: 20100069569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어울마당로 39(2층, 서교동)
방문한 날짜: 2025년 4월
먹은 메뉴: 지도리우동(곱배기, 닭고기, 어묵만두)

넓은 면기에 우동이 차려져 있다. 국물은 진하고, 유부, 구운 대파, 닭고기 등이 어지럽게 들어가 있다.

생각

겐로쿠는 가격 추가 없이 곱배기, 세곱배기를 먹을 수 있는 독특한 육수 우동으로 알려진 프랜차이즈입니다. 저는 서현에 있을 때 자주 갔습니다만, 어느 새 문을 닫더니 피자와 초밥을 함께 하는 가게가 되어 있었는데, 초밥에 딸려오는 미니우동이 겐로쿠 맛이 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래도 되나.

개인적으로는 아비꼬와 마찬가지로, 탄수화물을 추가비용 없이 많이 먹을 수 있는 점을 제일 높게 치고, 우동 국물이 잘 아는 그런 맛이 아닌 것도 좋습니다. 잘 아는 맛 우동도 좋아하긴 하지만요. 구운 파의 향도 좋지요.

항상 가면 지도리 우동을 먹는 편인데, 지도리라고 하는 게 어떤 품종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규슈 인근에서는 어느 정도 '이 근처에서 자란 토종 닭' 같은 느낌으로 쓰던 것 같기도 해서 (프랜차이즈 홈페이지에 의하면) 국내산 생닭을 사용하는 겐로쿠의 지도리 우동은 과연 어떤 지도리인가… 같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퇴근하고 밥집을 찾는 여정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들어가 마감 직전에 주문하고 한 그릇 주문해 먹었습니다.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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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5일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2025년 4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선고가 있었습니다. 결과를 보고 안도하였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나지는 않지요. 파면 이후에도 일이 어떻게 흘러 가는지 봐야 한다는 생각에, 일부러 4월 5일 집회에 나갔습니다.

집회는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음을 시사하면서도, 전반적으로 축하하고 마무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나의 고지를 넘은 건 사실이지요. 다음 주 같은 시각에 열리는 세월호참사 문화제로 흐름을 이어나가겠지만, 아마 4월 4월을 기점으로 자신이 더 광장에 나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저도 그렇게 행동할 것 같고요.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12월 3일 이후의 광장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계엄령 선포와 친위 쿠데타라는 사건을 계기로 나오게 된 사람들과, 그 이전에도 자신의 아젠다로 광장에 나와 있던 사람들이죠. 그 아젠다는 이태원참사와 같이 윤석열과 그 정권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아젠다부터… 어쩌면 정권이 교체된다고 바로잡히기를 기대하기에는 우리가 절망적인 모습을 오래 봐 온 아젠다도 있겠지요. 노동과 장애인, 성차별과 관련된 이슈들처럼 말이지요.

많이들 이 광장을 '끊어져가던 운동권의 맥을 잇고, 잊혔던 노하우가 이어지고, 광장에 새 피가 수혈되는' 측면에서 주목하셨습니다. 남태령과 같은 연대, 팔레스타인 학살에 반대하는 집회에 가셨다가 동십자각으로 오시는 분들, 고공농성 현장에서 나부끼는 아무 깃발. 그런 미담들을 마치 내 얘기처럼 느끼고 있지만, 중요한 건 내가 그러느냐는 것입니다.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요.

이 넉 달 간은 정말 순간순간, 민주 사회의 한국 시민으로 행동할 수 있는 선을 넘는 고민을 하며 지내는 시간이었습니다. 제일 어려웠던 12월 3일 밤 와이프와 국회로 가는 택시를 타는 순간부터… 사소하게는 행진 중에 경찰의 제지를 뚫고 양방향 차로를 다 쓰기 위해 나아가는 시민들에 합류하는 일까지. 어느 집회에는 나가고, 어떤 집회에는 쉬는지도 건강 상태를 봐 가며 결정하고, 나가면 나가는 대로 힘들고 못 나가면 못 나가는 대로 죄책감이 드는 나날이었지요. 돌아보면 이 일들에서 저는 조금 지쳤습니다. 조금 쉬는 게 필요할 수도 있겠지요.

이렇게 몇 문단을 써 보니, 중언부언같지요. 그래서 하려는 말이 무엇이냐? 대단한 결론은 없습니다.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글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쯤에서 제 광장 모험이 한 번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이지요. 마침표가 찍히고 몇 년 간은 문장이 이어지지 않을지, 아니면 한 숨 들이마시고 다시 문장이 시작될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 다음 문장이 12월 3일의 연장선일지, 12월 3일 이후의 광장에서 본 이야기일지, 전혀 다른 이야기일지조차도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일은 어쩔 수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시민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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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動物たち)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서명: 動物たち
저자: panpanya
출판사: 하쿠센샤
출간일: 2016년 11월 30일
국내 발매 서명: 동물들

생각

『침어』 다음으로 읽는 panpanya의 세 번째 단행본입니다.

이사 연작이 일본에서 짧은 기간 이곳저곳 이사하며 살았던 경험을 떠올리게 해서 좋았던 것도 있지만, 이 단행본에서는 「마미()」와 「무지나(狢)」 두 편이 핵심일까요. 일본어를 꽤 잘 아는 저도 거의 처음 보는 단어였고, 이런 한자가 실존해? 싶은 한자였고 지난 단행본의 「침어」에서 침어의 한자를 날조(?)해낸 경력이 있어서 이것도 그런 건가 했는데 의외로 근본이 있는 소재였습니다. 지금 찾다 알았는데 침어의 물고기변 한 글자 한자 魫도 존재하는 한자긴 하네요.

특히 「무지나」에서는 다리를 다친 무지나(오소리, 너구리와 같은 동물의 지칭)가 상처를 돌봐준 주인공에게 보답하는 과정에서 도토리로 빵을 만들어 주게 되는 이야기인데, 무지나 동료들과 함께 기업과 공장을 세우고 일본의 전형적인 양산빵 봉투에 포장해 대량으로 보내주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panpanya 만화가 보통 그렇듯이, 빵봉투 뒷면의 디테일을 보면 일본생활의 형식미 같은 것을 느끼게 되고, 일본 사회에 녹아든 것 같은 무지나의 모습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나 보건소 직원이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동물이 빵을 생산"한 것이 (당연히) 문제가 되어 공장은 폐쇄 처분. 그럼 기업을 설립하고 빵을 파는 과정에서는 아무도 문제 제기를 안 했다는 건가? 싶은 뻔뻔함 같은 것이 매력적이라고 할까요.

다음 편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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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난면방의 들기름 비빔난면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가게정보

상호: 서교난면방
인허가번호: 20240097853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12길 16(1층 서교동)
방문한 날짜: 2024년 3월
먹은 메뉴: 들기름 비빔난면

그릇에 햄이 깔려 있고, 그 위에 면이 차려져 있고 쪽파와 후추, 달걀 노른자가 올라가 있다. 김치, 양배추, 국물 등도 차려져 있다.

생각

회사 근처에서 괜찮은 면 요리집이 있다고 해서 가보게 되었습니다. 점심식사로 혼자 가서 먹은 거라 많은 메뉴를 먹을 수 없어서, 일단은 제일 끌렸던 들기름 면을 골랐습니다.

들기름 자체는, 고기리막국수나 서현 장원막국수에서 먹은 것과 달리, 다른 재료로 균형을 맞춘 듯 향이 진한 편은 아닙니다. 저는 들기름 향이 강한 것을 좋아하고 기대했어서 그 기대에 맞지는 않았지만, 이 음식은 이 음식 자체로 괜찮았습니다.

이 가게도 대충, 합정 근처에서 자주 보이는… 파인 다이닝의 형식을 띄고 어느 정도 높은 퀄리티나 '인스타'하기 좋은 음식을 내지만, 그렇게 무리가 가지 않는 가격대에, 그걸 실현하기 위해서인지 의외의 지점에 셀프서비스가 들어가 있는 그런 가게인데요. 이 가게에서는 '밥'이 밥솥에서 퍼다 먹는 셀프서비스라는 점이 그런 지점입니다. 함반에서도 그랬죠. 기본적으로 햄으로 면을 싸 먹는 음식인데,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햄이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럴 때는 햄을 밥에 싸 먹으라고 안내받았는데, 밥의 종류도 일반 밥과 레몬향을 가한 밥이 있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다음 번에 간다면 국물이 있는 면을 먹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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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자 절대 죽이는 던전(冒険者絶対殺すダンジョン) 2권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서명: 冒険者絶対殺すダンジョン
저자: 도만세만(道満晴明)
출판사: KADOKAWA
출간일: 2025년 3월 21일
국내 발매 서명: 모험가를 반드시 죽이는 던전

생각

도만 세만이라는 작가는 제가 "이 작가의 작품이 나오면 본다"는 점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좋았지만 『백성귀족』에서 그런 걸 기대하면 안 되겠고, 『현시연』이 가슴에 깊이 꽂힌 만화라고 『Spotted Flower』도 꽂히리라 보장할 수는 없지요.

도만 세만이라는 필명으로 나오는 만화는 성적인 농담과 그림을 기반으로 한, 옴니버스 구성 내지 2~3권 규모의 짧은 장편 만화들입니다. 사변적인 요소, 캐릭터 만화같은 요소, 마니악한 대사 센스 등이 제 취향에 맞는 편이지요. 아마 성적인 요소를 뺀다면 panpanya 작가의 작품에서 보이는 것 같은 세계를 볼 수 있는 만화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한 장면 한 장면으로 끊어서 본다면 아마하라 작가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발상들과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모험자 절대 죽이는 던전』은 도만 세만의 최신작으로, 트럭에 치여 죽어 이 세계로 전생해와 모험자로 악행을 저지르고 다니는 현대인들에게 맞서, 비행기의 엔진에 깔려 죽어 이 세계로 전생해와 던전 청소부가 된 주인공들이 던전을 현대인적으로 운영해 맞서나간다는 콘셉트의 작품입니다. 그 컨셉 안에서 제가 즐길 수 있는 유머로 가득 차 있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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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켄 혼도리점(キング軒 本通店)의 즙 없는 탄탄멘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가게정보

상호: キング軒 本通店
주소: 広島県広島市中区本通8-7 しげとみビル 1F
방문한 날짜: 2025년 3월 20일
먹은 메뉴: 즙 없는 탄탄멘(汁なし担担麺)

검은 면기에 가는 면이 담겨 있고 후추, 다진 고기, 채썬 대파가 올라가 있다.

생각

즙 없는 탄탄멘이라는 것이 유행하다고 해서, 숙소 근처에 있는 가게에 가서 먹게 되었습니다.

가게에 들어가면 가게 전체에 나는 마라향(산초? 잘은 모르겠습니다.)에 압도됩니다. 조금 기다려서 서빙된 용기에서 면과 아주 적은 양의 국물을 잘 비벼 먹으면, 향에서 기대하게 되는 매운 맛은 강하지 않고, 강한 감칠맛이 올라옵니다. 매우리라는 기대를 배신당하는 점이 재미있고, 감칠맛이 좋습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맛과 향을 떠올리니 더 먹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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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verse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게임명: Subverse
개발사: Studio Fow Interactive
배급사: Streembit Ltd
출시일: 2024년 11월 16일(1.0)
장르: 선정적 콘텐츠

생각

『Subverse』는 야겜입니다. 게임 부분이 구리고, 소프트웨어 퀄리티가 그렇게 좋지 않은 것까지(그래도 이 정도면 꽤 좋은 편이긴 한데요!) 포함해서 야겜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라이팅과 스토리, 연출 등입니다. 『The Last Sovereign』도 라이팅이 마음에 드는 야겜이었는데, 이쪽은 좀 더 즉각적이고 노골적이고 저속하며 메타발언을 포함한 대사가 거의 풀 더빙으로 나옵니다. 연기 퀄리티도 높아서,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제 정치 성향과는 맞지 않는 발언들도 있었던 기억입니다만, 뭐 어쩌겠어요.

소프트웨어/게임 측면에서는 좀 불만스러운 부분들이 있는데, 대화를 넘기는 마우스 클릭이 화면 전반이 아니라 한 구석의 작은 버튼에 있다거나, 얼리 억세스에서 1.0으로 넘기면서 세이브 파일 마이그레이션을 하지 않는다거나, 게임의 난이도가 단일 난이도인데 액션 파트의 난이도가 꽤 높아서 저같은 사람이 클리어할 수 없다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를 둘러싼 알기 쉬운 이야기, 유머, 캐릭터와 포르노 퀄리티 등이 마음에 들어서, 관련된 내용을 모두 해금하기 위해 플레이하게 되는 게임입니다. 게임 부분이 거슬리는 것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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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아가씨가 있는 일상(モンスター娘のいる日常) 20권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서명: モンスター娘のいる日常(20)
저자: 오카야도(オカヤド)
출판사: 도쿠마쇼텐(徳間書店)
출간일: 2025년 3월 13일
국내 발매 서명: 몬스터 아가씨가 있는 일상

생각

연재물에 대해서 어떤 기준으로 써야 하는지 결정하는 게 쉽지는 않은데, 연재만화는 사실상 단행본 단위로 끊는 것이 흐름상 제일 유익할 것 같아서, 최근에 읽은 연재만화를 기준으로 올리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이 만화가 단행본으로 20권까지 끌고 나온 것은… 정말 10몇권부터는 어떻게든 '한 페이지 만화'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잘도 왔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요. 일반론적인 이야기는 뭐 다른 기회에 한다고 치고.

최근 제가 읽는 일본 만화들의 성과 관련된 표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만화는 갑자기 여성 젖꼭지의 묘사에 거리낌이 없어졌고, 반대로 쓰구모모 34권은 만화 내용의 절반에 흰 칠이 되지 않나(솔직히 그럴만한 만화긴 했는데요), Q.E.D. 새 시리즈 1권은 1화 첫 페이지부터 여성의 젖꼭지를 묘사하질 않나…. 몇몇 만화들은 아마존에서 노골적으로 "님 지금 IP에서는 이 제품 못보여줌"을 시전하고 있고요. 몇 년 전에 ComicWalker에서 겪었던 일이기도 하지만요.

개인적으로 이런 '규제'들의 기준들은 조금씩 바뀌는 것이 변할 여지 없이 박혀있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는데, 조금씩 바뀌는 것은 그래도 현재의 규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변화를 주려는 사람이 있고, 이것은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개념이 어딘가에는 존재한다는 뜻이니까요. 나아가서 그 과정에서 참여하는 사람들과, 그것과 덜 관련된 사람들의 의견이 적절하게 반영되는 게 필요하고, 그런 변화의 과정을 겪는 개별 참가자들이 부당하게 고통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따릅니다만, 적어도 한국에서 그것들을 이야기하기는 꽤 이른 일 같습니다.

뭐 저는 이런 변화가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제가 봤을 때 우연히 존재하는 어떤 시점의 변화들을 가지고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제가 담은 음모론은 그냥 지난 문단을 쓰기 위한 계기 정도로만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저 문단을 쓰기 위해서 이 책을 이용했는가? 안타깝지만 그렇습니다. 제가 이것과 비슷한 작품들을 즐기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 공간에 최소한의 선은 그어두고 싶습니다… 이 작품 이상으로 노골적으로 성적인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도 언젠가 하고 싶지만, 이 공간에서는 참는 게 맞을 것 같군요. (대충 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도 조금씩 선이 잡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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