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사회기본법은 비록 제21대 국회가 종료하며 폐기됐지만, 한국 사회에 던진 의미가 크다. 이 법안은 ‘이민사회’를 ‘다양성이 존중되는 평등한 사회로 출신 국가·출신 민족·인종·피부색·종교·문화·언어 등에 따른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평등한 대우를 받으며 각각의 문화를 함께 계승·발전시켜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회’로 정의하고, 이를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로 제시한다.
또 그간 국적법·난민법·다문화가족지원법·외국인근로자고용법·재외동포법·출입국관리법 등 여러 법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불러온 ‘한국에 사는 외국 출신 시민’을 ‘이주배경시민’으로 명명했다. 이주배경시민을 ‘이주여성’, ‘이주노동자’ 등 하나의 도구로만 바라보던 한국사회를 향해 그는 “가장 기본적인 이민정책은 이주배경시민을 사람으로 보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따끔한 충고를 한다.
(…)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인데, 이민자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모호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법적 정의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민자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우리가 가진 법은 ‘외국인 고용에 관한 법률’하고 ‘다문화가족지원법’ 정도에요. 외국인은 너무나 다양한데, 법적 정의가 없어 정책을 만들 때마다 이게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이민사회기본법을 제정해 ‘이주배경시민’이라는 개념을 만들었어요. 제19대 국회에선 이런 법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있었다면 이번엔 필요성을 다들 많이 느끼고 있음에도 결국은 우선순위에서 밀렸습니다. 여전히 다른 의원들을 만나보면 ‘왠지 도장을 찍었다가 공격받는 거 아니냐’고도 하시고 공포를 느끼시더라고요. 갑자기 가슴이 아프네요.(웃음)”
(…) 한국에서 이민정책 잘 아는 정당은 없다
(…) —이민사회기본법을 보면 이민청을 법무부가 아닌 행정안전부에 두도록 했습니다.
“대부분 이민청이 법무부에 가야 한다고 전제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이민청 같은 부처를 우리 행안부에 해당하는 내무부 산하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 지방자치법도 외국인 주민을 주민으로 인정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조항을 갖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통제, 규제 기관인데, 지원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점도 있어서 행안부 산하로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 “우리가 ‘문을 완전히 열어서 모두 들어와라’ 이렇게 하자는 게 아닙니다. 우리에게 이주민들이 필요하다는 걸 일단 인정하자는 겁니다. 정부도, 정치인들도 우리가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지금은 이미 각국에서 이민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조업, 돌봄 등등 전부 국외에서 데려와야 하는 상황인 거죠.
자꾸 우선순위를 늦추다 보면 결국 우리는 너무 늦게 깨닫고 결국 데려올 사람이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문제에 대한 굉장한 푸시가 필요한 상황인데, 너무 안타깝게도 제22대 국회에는 스피커 역할을 할 사람이 없네요. 한국은 1988년 올림픽 이후 본격적으로 외국인들이 들어오고 외국으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안 된 거죠. 여전히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것 같습니다.
이제는 다 열린 세상입니다. 인구 소멸 직전까지 가서 이주민을 받자는 식이 아니라 미리 준비하자, 그 준비를 하는 기관을 두자, 이민사회기본법은 그런 얘기를 하는 겁니다.”
김양진, “이민정책, 이주민을 사람으로 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겨레21, 2024-06-01 12:46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57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