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4일에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 매일 하나의 글이 올라오도록 이 블로그를 운영했습니다. 중간중간 "n시간 안에 글을 채워넣지 않으면 내일은 펑크"인 상태에 빠진 적은 있었어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날은 없었습니다.(블로그에서 봤을 때 날짜가 비는 날이 있을텐데, 그 때는 조각쪽에 포스팅한 날입니다.)
어제까지의 포스팅을 포함해서, 책 태그에 속하는 포스팅이 50개, 게임 태그에 속하는 포스팅이 100개가 되었습니다. 첫 몇 포스팅은 비축으로 쌓아놓던 것이고 게임 같은 경우에는 타이틀이 아닌 DLC/확장팩/데모 단위로도 포스팅을 했으니 조금 오차는 있겠지만, 포스팅을 시작하고 9개월하고 며칠. 대충 280일 정도 되는 기간동안 이만큼의 콘텐츠를 소화하고 그것을 정제하는 연습을 해 온 셈입니다. 앞으로의 과제야 많지만, 오늘은 일단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포스팅을 남깁니다.
솔직히, 이 정도로 계속할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포스팅을 쓴다는 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새로 접하거나, 최소한 제 머리속에 있는 생각을 어떻게든 꺼내야 하는 일이죠. 티셔츠는 어차피 늘어나기 어렵고, 웹소설은 완결이 날 때쯤 평을 쓰게 되는데 읽는 종수가 많지 않으니 비중이 많을 수가 없습니다. 만화는 괜찮은 단행본이 있을 때마다 쓰는 편이긴 한데 이것도 비교적 제가 읽는 종수가 적은 편이죠. 조각은 원래 위키처럼 편성하고 싶었는데, 이 블로그 플랫폼에서는 조금 느낌이 이상하고… 음식에 대해서도 포스팅하자고 생각하고 나서는 조금 포스팅하기 편해진 것도 있지만, 결국 이 블로그를 지탱해주는 것은 게임과 책입니다. 제가 플레이한 게임과 책이 이 블로그에 남고, 제 생각을 제 몸 밖에 엮어두는 쐐기의 재료가 됩니다.
이 블로그를 하면서 어쨌든 자리에 앉아서 무언가를 쓰는 일에 익숙해졌고, 글을 쓰는 다른 일에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을 요즘은 하고 있습니다. 깃발들 -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에 기고하게 된 것도 이 블로그로 익숙해지지 않았다면 결국 넘겼을 기회였겠지요. 만약 제가 쓴 무언가가 다른 형태로 세상에 나온다면, 그것은 이 블로그와 이 블로그의 글을 읽어주신 여러 독자들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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