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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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기 위해 씁니다. 읽기 위해 씁니다.

신을 찾는 이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게임명: 신을 찾는 이
개발사: Uiqoo, Shortcake Sweets, CubeDo
배급사: Cursor Chasing Cat
출시일: 2025년 5월 20일
장르: 퍼즐

생각

『신을 찾는 이』는 소코반과 경로 찾기 퍼즐로 이루어진 게임입니다. 규칙을 명시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은 『Understand』를 떠오르게도 하지만, 주어진 조건 안에서 불가능해보이는 퍼즐을 푼다는 점에서 고난이도 소코반 게임에서 자주 보이는 형식에 가까워 보입니다.

엔딩을 보는 데 두 시간 남짓 걸리는 길지 않은 구성있지만 완성도 있게 채워져 있습니다. 하나의 퍼즐에서 여러 가지 답을 찾는 구성도 좋고, 진엔딩을 보기 위한 기믹이 꽤 인상적이네요. 힌트도 잘 되어 있고 스토리도 단순하지만 상징적인 느낌이 있어서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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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berborn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게임명: Timberborn
개발사: Mechanistry
배급사: Mechanistry
출시일: 2021년 9월 16일
장르: 정착지 건설

생각

『Timberborn』은 문명화된 비버 무리를 이끌며 정착지를 건설하는 정착지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겨울 대신 가뭄이 도래해 물이 마르고, 거기에 대처하기 위해 댐을 비롯한 수리 시설을 지으며 대처하는 종류의 게임이죠. 옛날에 사서 조금 해 보고 집어넣었다가, 집라인이 업데이트되었다고 해서(딱 봐도 게임 안에서 보고 싶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다시 설치해서 켜 보게 되었습니다. 정작 거기까지 테크를 찍고 싶지 않아서 다시 넣긴 했지만….

유닛 하나하나가 중요한 종류의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이 그렇듯, 마이크로매니지먼트는 필연입니다. 거기에 익숙해질 수 있고 전체 기계수준을 조망하다가 기계 부품 하나하나가 맞물려 돌아가는 감각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런 게임을 저보다 잘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까지 가는 길을 비버라는 설정이 도와줍니다. 댐을 짓는 것이나, 나무를 캐라고 하면 나무를 이로 갉는 것이나, 이빨이 부러지면 갈아줘야 한다거나…. 건물을 쌓을 수 있는 등 여러 모로 파고들어 플레이할 여지가 있어서, 오래 할수록 맛이 나는게임일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정도로는 오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 세션 길이가 『Against the Storm』 정도인 게 요즘은 더 취향인 것 같긴 하지만요.

꾸준히 발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보이는데, 슬슬 초보자를 위한 설명을 좀 더 만들어줘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없지 않습니다. 커뮤니티 자료를 봐도 되긴 하는데, 일단 영어로 작성된 자료이다 보니 수리시설 용어를 찾아보고 뭐가 제방인지 뭐가 수문인지 알아보는 것도 좀 쉽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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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 Inn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게임명: Check Inn
개발사: KishMish Games
배급사: KishMish Games
출시일: 2025년 1월 16일
장르: 관리, 경영

생각

『Check Inn』은 같은 회사의 『Fly Corp』을 사는 김에 번들로 함께 구입하게 된 게임입니다. 호텔을 짓고 투숙객을 받아 돈을 벌고 요구를 만족시키며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게임입니다.

현실적인 경영보다는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부분이 강조된 게임입니다. 객실의 형태가 현실적이라기보다는 사이드뷰에서 공간 배치를 하는 퍼즐스러운 느낌이라, 테트리스를 하듯 쌓아나가는 감각이 나쁘지 않습니다. 투숙객을 방에 받는 과정은 식당 경영 시뮬레이터 게임에서 음식을 빨리 조리해서 서빙하듯 빠른 시간 내에 방에 집어넣어야 하는데, 방이 다 차 있을 경우에는 투숙객이 올 때는 없던 방을 올려서 지어서 집어넣어야 합니다. 게임 측면으로는 말이 되나? 싶은데 호텔 경영 게임에 기대하게 되는 무언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캐릭터들이 생동감있게 움직이는 건 아닌데, 캐릭터들이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는 건 그래도 꽤 흥미롭게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포터는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움직이지만 하우스키퍼는 엘리베이터 없이 움직이는 건 게임적으로는 말이 되는 것 같은데 이래도 되나? 싶은… 잘 모르겠는 부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래도, 뭐 간단하게 잡고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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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 Corp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게임명: Fly Corp
개발사: KishMish Games
배급사: KishMish Games
출시일: 2023년 5월 18일
장르: 트래픽 관리, 미니 메트로-like

생각

『Fly Corp』는 세계를 기반으로 공항 간의 항공 루트를 연결해서 수익을 내고, 그 과정에서 특정 노드가 과부하가 걸려 게임오버당하지 않게 조절하는 『Mini Metro』와 같은 게임입니다. 『Mini Metro』가 철도, 『Mini Motorways』가 도로와 차량이었다면 이 게임은 공항과 항로, 비행기인 셈이죠.

일단 튜토리얼을 끄고 느낀 건 당혹감이었습니다. 게임 모드가 여럿 있어서, 튜토리얼 다음 순서로 연결되어 있는 「세계를 발견」모드를 선택했는데, 노드를 10개도 연결하지 못한 채로 게임오버되는 것이었습니다. 몇 번 해 봐도 비슷한 결과였습니다. 이게 처음 하라고 있는 모드가 아닌가? 싶어서 다른 모드를 둘러봤습니다. 순서대로 「시나리오」, 「무료 플레이」, 「사용자 지정 시나리오」였습니다. 마지막 것을 제외하고 나면… 시나리오여야 하나, 무료 플레이여야 하나 하다가 무료 플레이로 들어가 봤습니다. 「클래식 모드」와 「사다리 모드」가 있고, 사다리 모드를 통해서 두 모드에서 얻을 수 있는 아웃게임 프로그레션을 선택할 수 있어 보여서 사다리 모드를 선택했습니다. 이건 너무 게임이 금방 끝났습니다.

결과적으로 시나리오 모드에서 하나씩 진행하는 게 정답이었던 것 같습니다. 게임이 처음 출시되고 나서 콘텐츠를 이것저것 추가한 상태로 보이는데, 정작 그 상황에서 게임을 처음 접한 사람이 뭐부터 해야 하지? 가 잘 안 보여서 아쉽습니다. 게임은 공어떤 공항이라도 정원을 넘긴 채로 5초가 되면 게임 오버 되고 해당 시점에 (기본 옵션으로) 해당 공항으로 포커스를 시켜주고 큰 효과음을 울리는데, 초반부에는 그 5초 이내에 정원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경우(비행기가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해서)가 많아서 해당 시점을 알려주는 경고가 false alarm이 되어 게임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점도 꽤 어려웠습니다.

게임 자체는 진득하게 잡고 플레이하면 팔 여지가 많아 보이는데, 저는 그 단계까지 가기는 조금 어렵네요. 평이 제가 느낀 것보다는 좋은 게임인데, 출시를 거치고 콘텐츠를 추가하면서 초반 플레이어를 온보딩시키는 기능이 조금 흐려졌나? 같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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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화를 읽는 6가지 키워드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서명: 중국 문화를 읽는 6가지 키워드 - 영웅, 인의와 도, 서정, 사랑, 혼백, 항전통
저자: 리어우판(李歐梵)
역자: 신의연
출판사: 흐름출판
출간일: 2020년 12월 7일
원서명: 中國文化傳統的六個面向
원서 출간일: 2016년

생각

『중국 문화를 읽는 6가지 키워드』는 사게 된 경위가 잘 기억나지는 않는 책입니다. 그래서 리디북스의 책 소개 페이지를 읽었는데, 책을 직접 읽었을 때의 줄기인 "이 책은 저자의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이 소개 페이지에 부각되어 있지는 않아 조금 인상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번역서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이 있으면 저는 원서는 어떻게 포장되어 팔렸는지를 보는 편인데, 중국어는 잘 몰라서 원서 제목이 대충 『중국 문화 전통의 여섯 가지 측면』정도인 것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원서랑 기획이 크게 차이나는 책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은 중국의 고전 텍스트 중 여섯 가지를 꼽아 작품이 탄생한 배경, 저자의 삶, 당시의 환경 등을 이야기하며 작품이 당시와 오늘날 갖는 의미를 짚습니다. 필요하면 다른 교수의 설명을 더하고,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내용까지 책에 실려 있어 알찬 강의를 들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기』 중 「항우본기」로 보는 영웅 전통, 한유의 『원도』로 보는 유교 전통, 소동파의 서정 전통, 풍몽룡의 『장흥가중회진주삼』이 세속적 욕망을 부정하지 않는 모습, 『요재지이』가 다루는 괴력난신, 루쉰이 보여주는 근대성. 이렇게 늘어놓고 보면 중국 문화에 주요하게 영향을 미친 유교 문화와 그 반동들로 중국 문화를 설명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원문 자체가 중국인, 그리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이다 보니, 제가 놓치는 것들이 꽤 있을 것 같습니다. 비교적 최신 중국 작품에 이런 전통이 어떻게 이어졌겠거니 하는 것들을 알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며, '문언문'과 '백화문'의 차이도 잘 모르다보니 어떤 서술들은 좀 덜 와닿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더라도, 중문학에 대해 훑어보기에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가치의 입법자 프리드리히 니체』를 읽었는데, 루쉰을 이야기할 때 니체를 언급한 것이 우연히 제가 읽은 두 책이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재미 때문에 저는 책을 한 권 진득하게 읽는 것보다는 여러 권 읽게 되는 것 같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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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imon: Qu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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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정보

게임명: Dokimon: Quest
개발사: Yanako RPGs
배급사: Yanako RPGs
출시일: 2024년 11월 22일
장르: RPG, 포켓몬-like

생각

『Dokimon: Quest』는 3D화 이전의 레트로 포켓몬, 그러니까 3세대까지의 포켓몬스터 게임 시리즈와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진 생명체 수집 RPG 게임입니다.

실제로 게임을 해 보면 레트로한 느낌과 새로운 느낌이 꽤 섞여 있는데, 그래픽 측면에서는 꽤나 레트로하고, 문장의 길이나 스토리는 꽤 그 시절 것보다 복잡하며, 편의성면에서는 나은 지점이 있고, 몬스터는 제 취향은 아닙니다. 맵 타일들에서는 묘한 자포네스크함을 느낍니다.(개발사인 Yanako RPGs는 도쿄 소재라고 합니다) 저는 이 모든 것들이 조합되어 이것저것 미묘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흥미는 이 개발사는 게임메이커 기반으로 이러한 포켓몬스터같은 게임을 만드는 툴인 『MonMae』를 판매하고 있고, 이 게임은 해당 툴로 개발된 데모 프로젝트 성격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항상 제가 만들고 싶은 스토리 있는 JRPG를 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메는 편인데, 여기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 해서 찾아보게 된 것도 조금은 이 게임을 하게 된 이유입니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식당처럼 생긴 상점에 들어가서 상점 NPC에게 말을 거니까 "주문은 테이블에 있는 QR 코드로 해 주세요"라는 응대를 받고, 실제로 테이블에 말을 거니까 상점 메뉴가 열리는 건 정말 충격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정말 무서운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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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임한다 고로 존재한다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서명: 나는 게임한다 고로 존재한다
저자: 이동은
출판사: 자음과모음
출간일: 2021년 7월 2일

생각

은평구립도서관에서 빌린 책들 중 한 권으로, 『외눈박이 시대의 외눈박이 기자』에 읽어 읽은 책입니다. 도서관에서 고를 때는 게임에 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다시 보면 좋겠고, 청소년 대상 게임 인문학 도서라는 것이 어떻게 써져 있을지 궁금해서 집게 되었습니다.

책은 여러 꼭지의 글을 분류별로 모은 책인데, 계보와 역사를 다루는 2장 말고는 어떤 성격들로 나뉘었는지 저는 조금 알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모르고 있던 논의가 많지는 않았지만, 데니스 와스컬, 로제 카이와 같은 사람들의 저술은 한 번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읽게 되겠죠. 여러 모로 게임과 관련된 논의들을 훑어가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과 게임플레이에 대해 청소년 친구들과 함께 논의하고 싶다면 딱 맞는 책 아닐까요.(빌린 책 가운데에 누군가의 독서노트가 들어가 있었다는 예상치 못한 즐거운 이벤트도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집합체로(보통 학계와 대조하는 의미로) "게임 업계" 내지 "게임 산업"을 호출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습니다. 다루어지는 많은 게임들의 다수는 업계와 산업에서 오는 것이 많지만, 개인 개발자나 산업의 이익과 무관하게 돌아가는 작은 팀, 취미인에 의해 개발, 공개, 관리되는 게임도 유의미하게 있거니와, 그 경계가 모호할 때도 있기 때문이지요. 이 책도 그런 식의 언급이 있는 것은 제게는 살짝 아쉽습니다.

또 이런 책을 쓸 때에는 언급할 게임을 선정하는 것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사적인 의미를 언급할 게 아니라 게임 자체를 예시로 삼기 위해 언급하려면 출간 당시에 플레이해볼 수 있거나, 당대의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게임을 고르는 게 적합해 보입니다. 게임은 다른 매체들보다 그게 좀 더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영화과에서 예시로 드는 영화들을 신입생들이 본 적이 없어서 곤란하다는 이야기도 떠오르네요. 제 레퍼토리도 좀 넓혀두지 않으면 나중에 곤란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 이어서, 한 동안은 게임에 관한 책을 계속 읽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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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시대의 외눈박이 기자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서명: 외눈박이 시대의 외눈박이 기자
저자: 이영성
출판사: 커뮤니케이션북스
출간일: 2008년 5월 16일

생각

『외눈박이 시대의 외눈박이 기자』는 커뮤니케이션북스의 『한국의 저널리스트』시리즈의 한 권으로, 한국일보의 정치부에서 오래 활동한 이영성 기자의 사설, 회고를 묶어 낸 책입니다. 은평구립도서관에서 장기대여한 책 중 한 권으로, 『도둑의 도시 가이드』 다음으로 올리는 책이네요.

이 책을 도서관에서 집게 된 배경은 오늘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어떤 방식으로 오늘과 같은 보도를 하게 되는지 궁금해서였고, 기자 개인을 조명하는 책을 통해서 그것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잊기 쉽기는 하지만, 거대한 담론의 대상인 언론도 결국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기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없으면 작동하지 않습니다. 기자들이 어떤 식으로 취재 대상과 상호작용하고, 상사와 동료들이 있는 환경에서 보도를 하게 되는지를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손에 잡힌 책이 이 책입니다.

책의 절반 정도는 새로 쓴 글이 아니라, 이영성 기자가 실제로 특정한 시점에 당시의 사건에 대해 쓴 사설이어서 그 당시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뭐 동교동계가 어떻니 3당 합당이 어떻니 같은 이야기는 솔직히 잘 모르는 이야기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당시의 날선 비판들은 이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 걸 보는 것이 꽤 낯설기도 합니다.

저는 책을 읽고 저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많이 던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의 모습을 보라. 당신이 이 책을 쓸 때 했던 분석과 오늘날의 모습은 얼마나 이어지는가?" 저자인 이영성 기자는 맺는말 성격의 「역사를 뒤돌아보고 그 앞에서 겸손해지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론은 민주화 이후의 시대정신을 찾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무조건 '성장과 일자리'만을 외치거나 '분배와 사회적 형평'을 고집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저는 한국사에서 일컫는 '민주화' 시대에 살지는 않았기 때문에, 으레 쓰이는 "민주화 이후"라는 것이 딱히 구분되지 않습니다. 제가 살았던 시대는 모두 민주화 이후였기 때문이지요. 그 때 우리는 무슨 시대정신을 찾고 있었을까요? 책이 출간된 2008년 전후에는 확실히 성장이냐 분배냐 가지고 논쟁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 와서는 내 집값이 오르냐 내 전세보증금이 오르냐로 싸우고 있는 것에 가까워 보이긴 합니다만…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가 맞이하는 문제를 보면, 글쎄요. 민주화가 지나간 시대정신이라고 여기고 다른 시대정신을 찾는 것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던" 건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태어나기 전 문제는 그렇다 치고, 이 시대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건 이 시대를 사는 제게도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정작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합니다. 적어도 이 책이 저보다 조금 더 앞선 시기에 자신의 일을 하신 분의 경험담으로 와닿는 지점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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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밥이 굴러가는 마을(おむすびの転がる町)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서명: おむすびの転がる町
저자: panpanya
출판사: 하쿠센샤
출간일: 2020년 3월 31일
국내 발매 서명: 주먹밥이 굴러가는 마을

생각

『구야바노 홀리데이』에 이어 읽는 panpanya의 단편집입니다.

이번 권은 첫 에피소드 「쓰치노코를 발견함」가 학계를 떠오르게 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쓰쿠바산 관광 불안내」가 지난 권의 필리핀 기행을 떠올리게 하다가도 미묘하게 기행이 아닌 포인트가 있어 차이를 재미있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편 「카스테라빵 이야기」는, 왠지 실존하는 제품 이야기 같은데, 공장에서 제조되었고 광범위하게 유통되어 어디서든 살 수 있을 것 같은 제품을 막상 찾으면 없고, 심지어 제조원에 문의해도 바로 즉답이 돌아오지 않는 복잡한 도시 생활을 떠올리게 해서 좋았습니다. 저는 국내에서 하는 살롱 뒤 쇼콜라에서 갤러 초콜렛을 접해본 이후 여러 번 사 먹으려고 찾아봤는데, 행사 이외에서는 어느 매장에서 살 수 있는지 몰라 헤멨던 기억이 있습니다. (주로 롯데백화점에서 살 수 있었고, 요즘은 온라인 공식몰이 생긴 모양입니다.)

표제작인 「주먹밥이 굴러가는 마을」도 좋네요. 전래동화의 내용이 현대에도 살아있고, 등장인물이 시대의 변화를 느끼거나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나, 구르는 물건의 모양에 따라 어느 곳에 잔뜩 모인다거나 하는 포인트가 웃음을 자아냅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좋은 표현을 볼 때마다 다른 식으로 재생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쉽지는 않은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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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Small Mazes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게임명: 20 Small Mazes
개발사: FLEB
출시일: 2024년 2월 17일
장르: 퍼즐

생각

『20 Small Mazes』는 크지 않은 미로 판에 여러 기믹을 다양하게 부여해 간단히 즐길 수 있는 미로 게임입니다. 무료 게임이고, 한 시간 내로 엔딩을 볼 수 있는 분량에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책상 위에 쌓인 수많은 종이 퍼즐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느낌이 있어서 재미있는 구성이라고,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하지만 요즘은 계속 이런 게임으로서의 성공을 프로덕트의 성공으로 이어 나간다면, 쉽게 말해서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같은 생각에 계속 빠지게 됩니다. 만드신 분은 그런 생각을 (최소한 이 게임에 대해서) 하지 않을 수 있는데, 저만 필사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그런 느낌이지요.

개발자분은 후속작으로 이 게임과 비슷하지만 미로 대신 직소 퍼즐을 콘셉트로 삼은 『Strange Jigsaws』라는 게임을 준비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어떤 작품이 될지, 또 프로덕트에 어떤 선택을 반영하셨을지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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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의 도시 가이드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서명: 도둑의 도시 가이드
저자: 제프 마노(Geoff Manaugh)
역자: 김주양
출판사: 열림원
출간일: 2018년 6월 20일
원서명: A Burglar's Guide to the City
원서 출간일: 2016년

생각

은평구립도서관에서 장기대여한 39권의 책 중, 『궁극의 문자를 찾아서』에 이어 두 번째로 읽는 책입니다. 도시 설계와 건축에 관심이 있어서 그것을 범죄자의 입장에서 다룬 책이라고 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책의 핵심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건축물을 설계하는 사람들은, 다소의 예외는 있을 수 있지만, 건축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그런데 도둑, 혹은 침입절도자(burglar)들은 설계자들이 상정하지 않고, 이용자들이 상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건물을 이용한다는 것이죠.

맺는말에 가까운 성격인 마지막 장까지 총 일곱 장에 걸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 일화를 소개하는 구성으로, LA를 헬리콥터로 순찰하는 대원, 자물쇠 풀기 스포츠 관련자, 유명한 도둑을 검거한 경찰, 심지어는 게임 『시프』를 만든 디렉터나 『범죄의 재구성』, 『도둑들』의 최동훈까지 인터뷰하거나 업무에 동행하며(최동훈의 인터뷰는 책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보고 듣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게임을 하면서 게임의 진행 상태를 개조해서 플레이하곤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행동들과의 유사성을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진행상태나 게임 데이터를 개조하는 것은 대개 이 게임의 개발자가 의도를 가지고 어떤 경험을 주려고 했지만 도무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보이는 게임 디자인에 항의하는 성격에(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행동을 너무 많은 회수 반복해야 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 게임에 있습니다) 가깝습니다만, 아무튼 목적 면에서는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는 건 백화점에 들어가서 1층부터 8층까지 아무것도 안 보고 9층까지 순간이동해서 푸드코트에서 밥만 사 먹고 건물 밖으로 순간이동하는 행동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과는 다소 성향이 다르지요. 멀티플레이어 게임에서 핵을 쓰는 행위는 좀 더 명확하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좀 더 침입절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음, 그런 기준으로 비교를 해도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것저것 생각나는 바가 많은 책이었습니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과 시청광장을 무력화하는 것도 생각이 나고, (무허가로) 마천루의 벽면을 오르거나 파쿠르를 하는 사람들 생각도 나고, 게임 『와치 독스』 생각도 나고요. 프로그래밍 쪽에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된 『패턴 랭귀지: 도시, 건축, 시공』 생각도 나고요. 이 책은 다른 도서관에 있어서 빌리자면 빌릴 수는 있겠는데, 두께를 생각하면 완독하기 위해 빌릴 수는 없을 것 같네요. 반체제적이고 저항적인 건축/건축 오용(책의 표현을 빌림)을 다룬 책이 더 있으면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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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출시하기 위해 만들어야 하는 것들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개발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아래는 그것들의 간단하고 망라하지는 않는 목록이다.

  • 옵션 메뉴
    • 볼륨 조절. 바라건대는 배경음/효과음/대사별로.
    • 키 바인딩/컨트롤 조작 확인 및 설정. "디폴트로 되돌리기"가 있으면 좋고. qwerty에만 대응하게 만들 수도 있고, 다른 키보드 레이아웃(dvorak이나 colemak 등)에서도 알아서 잘 하게 만들 수도 있고.
    • 화면 출력 모드(전체화면/창모드) 설정. 보더리스.
    • 게임의 화면과 음성을 어느 출력장치로 출력할지 대응하기. 모니터 선택 기능은 Alt+Enter 창모드 기능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 게임이 켜지게 만들기
    • 비교적 희귀한 해상도의 화면에서 게임이 깨지지 않게 만들기.
    • 게임이 상정하지 않은 해상도의 모니터, 최소사양 미만의 PC에서 부드럽게 깨지게 만들기.
  • 없으면 안 되는 것들
    • 세이브/로드. 덮어쓰기, 게임 데이터 상실 경고, 무슨 세이브 파일이 어떤 상태였는지 보여주게 만들기.
    • 게임을 업데이트한 뒤에 기존 세이브파일로 게임을 계속 이어할 수 있도록 마이그레이션하기.

그리고, 게임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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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의 입법자 프리드리히 니체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서명: 가치의 입법자 프리드리히 니체
저자: 리 스핑크스(Lee Spinks)
역자: 윤동구
출판사: 앨피
출간일: 2009년 1월 20일
원서명: Friedrich Nietzsche
원서 출간일: 2003년

생각

『가치의 입법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앨피 Routledge Critical Thinkers 시리즈의 한 권으로, 『문제적 텍스트 롤랑 바르트』와 같은 시리즈입니다. 와이프의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이라 출근할 때 골라서 들고 다니며 읽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묘사되는 니체의 철학에 별로 동의할 수 없고, 오늘날에 교훈으로 삼을만한 내용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니체가 도덕을 계보학적으로 분석한 내용과 방법론에는 꽤나 동의할 수 있습니다. 당시(와 오늘)의 도덕은 약자들이 강자들을 제압하기 위해 만든, 이른바 노예 도덕이라는 것이지요. 제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은, 삶에 내재된 힘에 대한 의지를 긍정하며 약자의 도덕이 지배하기 전의 강자, 귀족적 문화를 미덕으로 소환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면 역사적으로 강한 자가 만들었던 규칙은 왜 약자의 규칙으로 대체당했을까요? 강한 자들의 힘이 약한 자들의 힘보다 약해지는 지점에 도달했기 때문이지요. 니체의 말로는 약한 자들, 제 말로는 주권자들이 강자들을 뒤엎을 수 있는 봉기를 허용하는 지점에 도달했기 때문에 강자의 규칙이 끝난 것입니다. 그 뒤를 이어서 새롭게 역사에 등장한 강자들-세상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석할 수 있던 사람들-도,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노예의 도덕을 내재화하고 강자의 세상을 규정하는 힘에 도덕을 도입했습니다. 그것이 제가 보는 계보입니다. 니체는 강자와 약자를, 주인과 노예를 이분화하면서 노예의 삶 속에 존재하는 주체성을 보지 않으려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인간의 삶에서, '힘을 추구하는 것'과 '억압받지 않으려는 것' 중에서 무엇이 주체적이고 무엇이 반응적인가? 라고 하면 저도 힘에 대한 의지를 주체적으로 꼽고, 인류의 발전 내지는 직면한 문제를 푸는 행위에 더 기여하는 자세로 꼽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무한한 긍정과 추구는 극단주의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까지 쓴 건 오늘날, 제가 아는 모든 역사와 최근의 사건들을 봤을 때의 시점이고, 니체가 보고 비판하려 했던 것은 조금 달랐을 것 같습니다. 니체가 본 유럽의 역사와 세상에 대한 설명 능력과 규칙의 장악력을 잃어가는 당시의 기독교. 그 과정에서 무엇을 추구해야할지 모르고, 니체가 보기에는 헛된 가치를 찾아 헤메는 사람들. 그것에 대해서 답을 주기 위해 도달한 개념들이 힘에 대한 의지, 위버멘쉬, 영원회귀라고,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동의가 되는 부분도 없지 않지요.

하지만 힘에 대한 의지의 힘이 약자를 향한 폭력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설명과 해석을 스스로 세워나가는 힘이라고 하더라도, 그것과 비슷한 것이 '대안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발호하는 오늘날 힘에 대한 의지를 긍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니체는 개인됨과 귀족됨, 인간의 보편적 삶과 가치의 범주를 넘어선 삶에 대한 탐구의 실례로 독자적인 세계관을 갖는 것을 긍정하거나, 의도는 좋았다고 평가할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삶의 목적"을 한 가지 힘으로 환원하여 설명하려고 하는 데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극단주의로 가는 지름길을 내는 일입니다. 영원히 반복되고 무한한, 끝이 없는 삶을 가정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제가 본… 무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한 사람들은 모두 말년에 미쳐버렸습니다. 니체가 비판하려고 한 것에는 대체로 동의할 수 있습니다. 진리의 허구성. 도덕과 가치의 파멸. 하지만 그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들이 적확했는가 하면, 글쎄요. 저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책은 마지막에 니체가 영향을 준 이후의 작업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데리다에게 준 영향도 이해할 수 있었고, 오늘날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저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여러 사고방식의 근간을 니체가 닦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 제가 요약본만 읽고 주제도 모르고 까부는 것보다는 좀 더 니체 본인의 생각을 깊게 파악해보는 게 필요할 것 같기도 한데, 당분간은 그럴 시간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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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는 설명해야 하면 실패한 거다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유머는 그 유머가 왜 웃긴지를 설명해야 하는 순간 실패"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그 말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유머를 설명해야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걸 바로 받아들이거나 동의하는 데 실패했다는 이야기이고, 대화의 흐름이 끊어지고, 유머를 발화함으로 달성하고자 했던 여러 목표들이 달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터의 법칙과 유사하게, 대부분의 유의미한 말은 그 말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지점까지 재생산된다. 이 말의 경우 적절하지 않은 지점은 어디일까? 유머에도 피터의 법칙 같은 건 존재한다. 잘 작동하던 유머가 있으면, 그 유머는 퍼지게 되어 있다. 리트윗과 좋아요가 있고 밈 재생산에 적합한 매체에서는 특히 쉽다. 처음에는 잘 작동하는 유머 또한 피터의 법칙처럼 실패하는 지점까지 퍼질 수 있고, 그 지점에서 '설명'해야 하는 유머가 된다. 그 시점에서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나한테) 설명이 필요한 유머라니, 이것은 (객관적으로) 실패한 유머이다." 나는 이 지점이 싫다. 그냥 널리 퍼진 유머를 발신한 사람이 자연 현상처럼 받아들여야하는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반대 방향의 이야기이지만, 나는 xkcd, SMBC가 왜 재미있는지, 일본어로 올라오는 수많은 팬아트가 왜 재미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그 유머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 지식을 찾아보는 편이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explain xkcd같은 사이트도 있다. 나는 유머를 삶에서 분리해낼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 나한테는 설명이 필요한 유머야말로, 내가 모르는 세상을 향해 열린 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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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 Driving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게임명: Keep Driving
개발사: YCJY Games
배급사: YCJY Games
출시일: 2025년 2월 6일
장르: 여행, RPG, 자원관리

생각

『Keep Driving』은 운전면허를 갓 딴 (미국의) 젊은이가 여름 한 달을 도로에서 지내는 내용의 자동차 여행 게임입니다. 운전을 직접 하지는 않지만, 도로에서 겪는 각종 이벤트(트랙터 뒤에서 운전하기, 뒤에서 빵빵대는 차량, 열악한 도로 등)를 자원을 관리하는 데 중점이 있는 RPG 형식의 전투로 해결하는 게임플레이입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지도 반대편에 있는 페스티벌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처럼 주지만, 게임의 주안점은 길에서 만나는 히치하이커와 상호작용하고, 이야기를 즐기고, 이 여행이 어디서 마무리될지 예측할 수 없는… 과정을 즐기는 데에 있습니다. 히치하이커는 마치 RPG의 파티원같은 구성으로 이 게임에 참여하는데 그 나름대로의 능력이 있지만, 길동무 삼기에는 부적절한 단점도 있고, 일시적으로 여행을 함께 하다 목적지에 도달하면 떠나가버리기도 합니다.

젊음의 한 순간을 즐긴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게임 같습니다. 제 20대 초반이 떠오르지는 않고, 어떤 미국 젊은이들은 이런 경험을 하겠군… 같은 느낌이지만요. 운전이라. 운전… 글쎄요. 지금 제가 운전을 시작한다고 이런 경험을 하지는 못하겠지요. 하고 싶냐 하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이 게임이 끌리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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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PHON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게임명: ZEPHON
개발사: Proxy Studios
배급사: Proxy Studios
출시일: 2024년 11월 8일
장르: 전략, 4X

생각

『ZEPHON』은 이른바 4X 게임입니다. 육각형 타일맵 기반의 세력 다툼 게임으로, 외계의 침공과 기계의 반란으로 황폐해진 지구에서 여러 세력이 다투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경험의 스무스함으로는 문명 7보다 나은 점이 있습니다. UI의 완성도와 게임 설명, AI와의 상호작용과 이야기 연출 측면에서 문명보다 훨씬 나은 측면이 있습니다. 문명보다 교전의 페이스가 길어서, 유닛의 소모와 보충을 생각하고 전선을 유지하는 느낌의 전투는 다른 맛이 있습니다. 같은 개발사의 전작인 『Warhammer 40,000: Gladius - Relics of War』와 비슷한 느낌일까요?

이 게임을 계속 할지에 대해서 묻는다면, 글쎄요. 이 게임을 제가 반복 플레이한다면 어째서일까요? 전략 게임에서 다양한 수 싸움을 즐기고, 더 잘 하게 되는 것을 즐기고, 이 세계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파헤친다? 마지막 요소 말고는 그렇게 끌리는 게 없네요. 문명을 플레이하는 건 제게는, 최신 작이 어느 정도 실망스러울지라도, 어떤 서사를 만들어내는 경험입니다. 이 게임은 그에 비하면 한 판 한 판이 『스타크래프트』같은 RTS의 의 밀리처럼 느껴집니다. 재미있을 수는 있겠지만, 제 게임은 아니지요. 오히려 이 게임에 캠페인 모드가 있었다면, 제가 『스타크래프트 2』의 캠페인을 즐겼던 것처럼 즐길 수 있었을 것 같네요.

거꾸로 문명 7은 왜 이 게임처럼 깔끔하게 만들어질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떤 것들은 프로젝트의 자원 분배가 아쉬웠을 수 있지만, 어떤 것들은 디자인부터 대응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참 어렵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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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야바노 홀리데이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서명: グヤバノ・ホリデー
저자: panpanya
출판사: 하쿠센샤
출간일: 2019년 1월 31일
국내 발매 서명: 구야바노 홀리데이

생각

『두 번째 금붕어』 다음으로 읽는 panpanya의 단편집입니다.

이번 타이틀 작품인 「구야바노 홀리데이」는 이것저것 성격이 다른데, 하나는 비교적 장편이라는 것이고, 더 중요한 건 실제로 여행한 것을 만화로 남긴 기행만화 성격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우연히 구야바노 주스를 통해 구야바노라는 과일의 존재를 알게 된 주인공은, 구야바노를 먹기 위해 지인과 함께 필리핀으로 떠나게 됩니다. 사전정보 없이 읽는 동안에 구야바노가 실존하는 과일인지 아닌지를 고민하게 되는 점이, panpanya 작품스럽다고 할까요. 필리핀, 그 중에서도 세부 막탄 섬은 저도 한 번 가본 적이 있는데 이 만화가 묘사하는 광경을 보고 잠시 추억에 잠길 수 있었습니다.

2 페이지 단편 「수족관에서」는 실험적인 구성이 좋았습니다. 『두 번째 금붕어』의 표지에서 사용한 과학삽화같은 느낌이네요.

「고구마줄기 원더랜드」도 전형적인 panpanya 단편스럽고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작품에서 묘사되는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지열로 익은 말도 안 되게 달콤한 고구마…. 기회가 된다면 먹어보고 싶네요.

다음 권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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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imeB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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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정보

게임명: SlimeBrew
개발사: uptum
배급사: uptum
출시일: 2025년 3월 4일
장르: 캐주얼, 수박게임

생각

『SlimeBrew』는 일정 이상 합치면 맥주가 되는 슬라임을 합쳐서 맥주를 만들고, 슬라임이 통에서 넘치지 않게 조절하는 게임입니다. 한 때 유행했던 '수박 게임'의 다른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슬라임을 합쳐서 맥주? 이상한 콘셉트처럼 보입니다.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이 게임이 수박게임보다 좀 더 애교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이 게임의 슬라임은 수박 게임의 과일들과 달리 슬라임처럼 모양이 흐트러지며 빈 칸을 채웁니다. 수박게임의 공간 활용과는 다른 느낌이지요. 수박게임은 생각보다 게임오버가 쉽게 되지 않는 것이 오래 잡고 플레이하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라고 생각하는데, 수박게임에서는 그 장치가 다소 불안정했다면, 이 게임에서는 좀 더 그 장치가 안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게 불안정한 것이 수박게임의 디자인을 더 열등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죠.

물리적 성질을 바꾸는 것으로 꽤 다른 느낌이 되었는데, 그걸 느끼기 위해서라도 해볼만한 게임인 것 같습니다. 아웃게임 랭킹과 랭킹 꾸미기 요소에 어느 정도 공을 들였는데, 뭐 그걸 목표로 플레이하지 않으면 나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요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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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금붕어(二匹目の金魚)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서명: 二匹目の金魚
저자: panpanya
출판사: 하쿠센샤
출간일: 2018년 1월 31일
국내 발매 서명: 두 번째 금붕어

생각

『동물들』에 이어 읽는 panpanya의 단편집입니다.

여러 단편이 있지만, 처음 시작할 때 나오는 「멜로디」가 일단 마음에 꽂힙니다. panpanya의 작품에는 복잡한 도시를 구성하는 무언가이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지만 잘 생각해보면 누군가의 손길이 들어가있을 수밖에 없는 무언가에 시선을 주는 것이 많은데, 「멜로디」에서는 주인공 이외에도 그것에 착목하고 스스로 그것을 재현해나가는 어른으로부터 (어린이인) 주인공으로 경험이 이어지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일까요. 복잡한 도시에서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개발」도 좋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들판에 전신주를 깔고 집을 짓고 거주민을 모으고 도로를 내고… 낸 도로가 국도로 인정받아 택배로 국도 표지판이 배송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 거리가 되고 방해가 되는 전신주를 지하화하기 위해 철거하는 과정을 주인공과 조연 둘이서 하는 것처럼 묘사되는 과정. 이건 어떻게 말하자면 도시 건설 게임이랑도 닮아있는 느낌이죠. 현실과 꽤 다른 경로로 현실에 있는 일들이 벌어지지만, 왠지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타이틀 작품인「두 번째 금붕어」도 무난하게 괜찮습니다. 안내견과 지하를 탐험하는 이야기는 전작에서도 본 것 같은데… 그 외에도 「숨바꼭질의 비결」, 「통학로 고인물(의역입니다)」도 생각할 여지가 있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이래저래 편하게 읽기 좋은 단편들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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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웰의 수수께끼 악마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게임명: Maxwell's puzzling demon
개발사: muratsubo Games
배급사: muratsubo Games
출시일: 2024년 8월 30일
장르: 퍼즐, 소코반

생각

『맥스웰의 수수께끼 악마』는 어려운 소코반류 퍼즐 장르의 작품입니다. 물리학에 등장하는 "맥스웰의 악마"를 콘셉트 삼아, 플레이어 캐릭터가 고온에 노출되면 안 된다는 콘셉트로 퍼즐을 푸는 게임입니다.

게임의 설정에 의해서, 플레이어 캐릭터는 고온 블록(빨간색)과 인접하면 죽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이 생각보다 훨씬 좁습니다. 많은 게임에서 기본 규칙이 '밟으면', 즉 플레이어 캐릭터가 그 위에 올라가 있을 때의 조건으로 플레이어를 제약하지만,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인접으로 플레이어를 제약하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감각 차이가 꽤 있습니다.

힌트가 꽤 공들여 만들어진 것도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이 장르의 퍼즐은 보통 기믹을 이용한 핵심 아이디어와 소코반의 어려움이 섞여 있는 법인데, 이 게임의 힌트는 소코반의 어려움을 거의 배제하고 플레이를 통해서 핵심 아이디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별도 (단순화된) 스테이지입니다.

사실은 게임을 클리어한 다음에 쓰고 싶었는데, 두 번째 월드를 어떻게 넘기고 나니 세 번째 월드에서 벌써 메타스테이지같은 요소를 쓰고 있어서, 이대로라면 엔딩을 보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겠다 싶어 적당히 마무리하고 감상을 정리하기 위해 지금 씁니다. 요즘은 꽤 피곤해서, 내 머리나쁨을 반복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게임을 오래 하기 어려운 것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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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배제주의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란 개인이 삶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또는 문화적 측면에서 온전히 참여할 수 없는 상태와 그런 상태를 유지하거나 그런 상태로 만드려는 과정을 가리키는 말입니다.(Report on the World Social Situation 2016, p.19)

『사회적 배제주의Social Exclusionism』라는 말은, 더 좋은 표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상태를 추구하는 움직임을 가리키기 위해 붙인 이름입니다. 대충 다음과 같은 사례들, 그런 사례를 옹호하고 주장하는 사례들을 보다가 이 문서를 쓰게 되었습니다.

  • 범죄자에 대한 극형, 제도적 사회 배제 요구
  • 장애인의 이동권 묵살 및 부적절한 시설 수용 행태에 대한 합리화
  • 성노동자 및 탈성노동자의 발언권 압수 시도와 탈성매매에 대한 방해
  • 미등록 상태/등록 상태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 요구와 처우에 대한 합리화
  • 다양성에 대한 백래시

이런 사례의 대부분은, 사회적으로 배제하려는 대상이 사회에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해 알려고 시도하지 않는 것과, '어쨌든 나는 보기 싫다'는 심리를 사회가 동의해야 한다고 믿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 구조의 많은 장치들은 힘을 가진 권력자―대개는 국가겠지요―가 개인―사람을 포함하겠지만, 국가만큼이나 힘이 있는 자본가나 기업도 여기 포함되겠지요―에게 할 수 있는 폭거를 제지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사회라면 가져야 할 표현의 자유, 정치 참여의 자유 같은 개념들은, 사실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규정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만큼 국가가 개인에 대해서 행할 수 있는 폭거에 대해서는 우리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러니까 한 사람 한 사람이 주권을 가져야 하는 사회에서, 그 주권자들이 "어떠한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무엇으로 다스려야 할까요? 다스릴 수 있는 것일까요? 어떤 근거로? 누가? 저는 이 문제에 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답을 내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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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Game About Digging A Hole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게임명: A Game About Digging A Hole
개발사: rokaplay Bou·tique, Drillhounds
배급사: DoubleBee
출시일: 2025년 2월 7일
장르: 채굴

생각

『A Game About Digging A Hole』은, 평소에 그렇게 게임을 많이 하지 않는 와이프가 하던 게임이라서 흥미를 갖고 해 보게 되었습니다.

어떤 집의 광고를 보게 된 주인공은 그 집의 뒤뜰에 보물이 묻혀 있다는 정보에 혹해 집을 사고 뒤뜰을 파기 시작하며, 그 과정에서 적절하게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다치지 않게 조심하며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게임입니다.

게임의 구조는 매우 단순한데, 땅을 파서 '당첨'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 시도를 해 보고 거기서 보상을 얻는 점, 적절한 타이밍에 창고로 돌아가서 환전하고 업그레이드하는 시스템, 너무 정신을 놓고 플레이하지 않게 주의해야 하는 배터리와 생명력과 같은 요소가 조합되어 즐거운 몰입 상태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공지를 보니 꽤 입소문을 타고 스트리밍도 많이 된 게임인 것 같네요. 게임을 만들어서 돈을 벌어야 하다 보니, 어떤 측면에서든 성공한 게임을 보면 '이 게임의 성공을 내가 모방할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게임을 모방한다면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행동을 찾고, 그것에 적절한 게임적 보상-강화 사이클을 입히고, 콘텐츠와 퀄리티를 깎고, 적절한 충격을 주는 엔딩을 보여주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전혀 쉬워보이지 않는군요. 게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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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문자를 찾아서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서명: 궁극의 문자를 찾아서
저자: 마쓰 구스타로
역자: 박성민
출판사: 눌와
출간일: 2021년 8월 6일
원서명: 究極の文字を求めて
원서 출간일: 2018년

생각

은평구립도서관이 장기 휴관을 하게 되면서, 내년 2월 말까지 최대 50권의 책을 장기대여해준다는 소식이 듣고 흥분하여, 도서관을 방문해 책을 빌려왔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빌린 서른아홉 권 중의 한 권입니다.

『궁극의 문자를 찾아서』는, 취미로 자작 문자를 만들던 사람이 세계의 다양한 문자를 검토하며, 그 결과 자신이 만든 궁극의 문자를 맺는말에서 선보인다는 구성으로, 세계의 다양한 문자를 주로 그 문자의 생김새와 함께 소개하는 것이 내용입니다. 책 전체 분량이 길지 않고 전체적으로 유머를 빼놓지 않는 구성이 되어 있어서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 같습니다.

일단 그 유머가 중2병, 여고생, 쿨비즈 같은 걸 언급하는 2018년 일본 유머라서 2025년 한국 사회 사람에게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다는 게 사소한 문제이고, 진지해야 할 것 같은 부분에서도 유머를 쓰고 설명은 부족해 "이런 문자가 세상에 존재한다" 빼고는 뭘 사실로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는 건 앞의 것보다는 좀 덜 사소해 보이는 문제입니다. 박스 안에 "…참고로 파키스탄Pakistan의 'P'는 펀자브Punjab의 P이다." 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게 다른 박스 안에 있는 농담들이랑 같은 급인지 자투리 정보와 같은 급인지 모르겠어서 당황할 정도로는요.(검색해 보니, 파키스탄의 국명은 파키스탄을 구성하는 다섯 개 지역 이름의 스펠링을 조합한 조어로 알려져 있어서 '자투리 정보'였습니다.)

『바벨』(가스통 도렌, 미래의창)을 읽었을 때에도 비슷한 감상을 받았는데, 저는 세계의 다양한 언어(혹은 그의 일부분)를 소개하는 책이라면 이것보다는 좀 더 각 언어와 그 사용자가 존중받았으면 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농담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칸나다 문자는 텔루구 문자와 달리 윗부분이 멋들어진 머리 모양인데, 이것은 벵갈루루의 경제가 눈에 띄게 발전하는 만큼 의식수준이 높아서 아닐까"같은 서술은… 이래도 되는 걸까,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의 다양한 ○○을 소개한다"는 기획 자체가 세계라는 단어로 뭉뚱그려진 수많은 개별적인 사람들을 근본적으로 타자화하지 않을 수 없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어쨌든 서른아홉 권 중 한 권을 끝냈습니다. 이번에 빌린 서른아홉 권의 책 중에 이 책이 가볍게 읽을 순서로는 거의 맨 앞에 있는 것 같고, 나머지는 보통 이것보다 무거운데, 원래 읽고 있는 책까지 포함하면 과연 반납 때 몇 권이나 건드리지 않은 채 반납하게 될지 두려워집니다. 뭐, 최소한 도서관에 자고 있을 책 산책이라도 시켜줬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는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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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lectrifying Incident: A Monster Mini-Expedition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게임명: The Electrifying Incident: A Monster Mini-Expedition
개발사: Draknek and Friends
배급사: Draknek and Friends
출시일: 2025년 4월 16일
장르: 퍼즐, 소코반

생각

『The Electrifying Incident: A Monster Mini-Expedition』은 독특한 맛이 있는 소코반 게임으로 알려진 Draknek and Friends의 신작입니다. 전작 중 하나인 『A Monster's Expedition』을 제목에서 언급하고 있듯, 같은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퍼즐과 게임 구성은 소코반이라는 것 이외에는 꽤 다르지만요.

신축하지만 그다지 자유롭지는 않은 기계 팔을 이용하여 퍼즐을 풀고, 감전당하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발전소를 탐험하는 게임입니다. 'Mini'가 들어간 것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꽤 짧습니다. 『A Good Snowman Is Hard To Build』에서도 그랬지만, 가볍게 즐기기 좋습니다. 그렇다고 퍼즐이 만만하지는 않고, 충분히 머리를 써야 하는 점이 즐겁지요.

플레이어 캐릭터가 밟으면/닿으면 안 되는 바닥의 메타포로 '용암'을 자주 쓰는데, 『Dis Pontibus』/『A Slug's Dream』에서는 물을 썼고, 『맥스웰의 수수께끼 악마』에서는 높은 온도를 썼고 이 게임은 전기를 썼습니다. 포켓몬스터를 꽤 열심히 혶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풀은 게임오버로 만들기 어렵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이럴수가. 『Baba Is You』에서 이미 LEAF AND FOLIAGE IS DEFEAT이 규칙인 스테이지가 있었습니다. 역시 갓겜은 다른 게임이 쉽게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분을 충족시키는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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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bby's Number Factory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jm@guji.jjme.me

서지정보

게임명: Nubby's Number Factory
개발사: MogDogBlog Production
배급사: MogDogBlog Production
출시일: 2025년 3월 8일
장르: 퍼즐, 덱빌딩 로그라이크

생각

『Nubby's Number Factory』는 20세기말 컴퓨터 그래픽 콘셉트의 덱빌딩 빠칭코 로그라이크입니다. 『Peglin』과 같은 빠칭코를 채택했지만, 진행은 『집주인이 너무해』나 『Balatro』에 좀 더 가깝다고 해야겠지요.

아트 콘셉트가 재미있고 장르 자체의 재미도 그럭저럭 있는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구슬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모르겠는 점이 아쉽습니다. 그 때문인지 덱빌딩의 재미도 구슬의 물리적 작용보다는 메타적인 트리거들 위주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사기 치는 재미 자체는 좀 느낄 수 있는듯. 이 '사기'치는 재미가 이 장르에서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엉망진창인 그래픽이 엉망진창으로 재미있게 돌아가는 느낌이 즐겁기 때문에 해 보고 싶게 되는데, 어떤 사기를 칠 수 있는지는 좀 더 시간을 들여서 봐야 더 깊게 즐길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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