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만 만들어 진 컨텐츠는 몰입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너무 쉽게 만들 수 있다 보니, 제작자들이 너무 쉽게 버려버린다. 내가 여기에 돈을 쓰는 이유는 이 컨텐츠를 오래 즐기고 싶어서인데, 저 사람이 쉽게 버릴 거라는 걸 알다 보니 별로 돈을 쓰고 싶지 않다.

그래서 순수하게 AI로만 만들어진 디자인, 티날 정도로 AI 로 점철된 퀄리티의 게임들, 어디선가 본 듯한 LORA를 쓴 그림체의 일러스트들이 보이면 별로 즐기고 싶지 않다. 반응 안 좋으면 그냥 떠나버릴 걸 알기에.

누군가는 AI로만 만드는 경우에도 정성을 쏟을 수 있지 않냐는 반문을 제시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AI만 써서 뭔가를 만들어 내는 (그놈의 바이브 코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리소스를 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별로 그렇진 않다.

또한 그런 사람들은 애초에 AI 티가 안 나게 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퀄리티를 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기 때문에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이런 AI-신봉자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컨텐츠의 수준 낮음을 본인이 해결해 보려는 것이 아닌, 언젠간 LLM이 성숙해져서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롱보드 게이샤 커피 원두를 받아도 싸구려 커피 머신에 넣고 내리는 순간 로부스타 원두랑 크게 다르지 않다. 고부가가치라는 것은 90%의 완성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1%의 디테일에서 완성되고, 사람들은 그 디테일에 돈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심지어 이런 제품은 로부스타 원두에게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더 쓰레기다. 로부스타 원두는 저렴하게 사람들에게 카페인을 제공해 주지만, 이 컨텐츠들은 고부가가치 산업의 독과점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 상 쓸 데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