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퀴어> 각본가 저스틴 커리츠키스, 이화여대·모모의 한국퀴어영화제 대관 거부에 대해 말하다
저는 루카 과다니노 감독의 영화 <퀴어>의 각본가 저스틴 커리츠키스입니다. 최근 우리의 영화가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내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상영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평소라면 이런 뉴스에 무척 기뻤겠으나, 오늘은 위선이 저를 분노케합니다.
전설적인 퀴어 작가 윌리엄 S. 버로우의 책을 원작으로 하는 <퀴어>는, 1950년대 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한 두 미국인 남성의 사랑을 그렸습니다. 이러한 우리 영화를 상영하고 홍보하는 아트하우스모모와 그 공간의 실질적 소유주인 대학은, 얼마전 한국퀴어영화제의 아트하우스모모 대관을 거부했습니다. 그들은 퀴어영화제가 대학의 “기독교 가치”에 반하고, “청년 대학생에게 동성애를 선전할 위협이 있다”는 반LGBTQ 집단의 압력에 굴복해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런 결정은 당연하게도, 많은 면에서 터무니없습니다. 영화가 누군가를 성소수자로 만들지 않습니다. 좋은 영화는 그저 현실을 반영할 뿐이고, 퀴어는 인류 역사 최초의 순간부터 세계 어디서나 존재했고 또 존재해 왔다는 것이 바로 현실입니다. 게다가 퀴어는 영화라는 예술이 최초로 탄생하던 순간부터 영화의 창작과 관계 맺었습니다. 전면적으로 퀴어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끊임없이 억압당하고 낙인찍히던 때조차도 말이죠. 일생을 영화관에 가거나 집에서 영화를 시청한 영화 애호가라면 누구나 배우, 작가, 감독, 촬영 스태프, 조명 감독, 카메라맨, 프로듀서 등 수많은 퀴어 예술가들의 작업을 즐긴 적이 있을 것입니다. 퀴어가 그저 퀴어이듯, 퀴어 영화도 그저 영화일 뿐입니다. 이 사실을 무시하는 것은 의도적인 무지에 스스로를 내던지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이 무지는 이미 낙인찍힌 사람들을 추가로 위협하고, 스스로의 지성과 인간성을 모욕합니다.
우리의 영화 <퀴어>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이화여대가 대학의 “가치”에 반한다는 이유로 한국의 퀴어 영화를 거부하는 반면 해외 퀴어 영화인 <퀴어>를 홍보하고자 하는 것은 몹시 황당합니다. 이화가 우리 영화를 상영할 준비가 되었다면, 한국에서 제작된 퀴어 영화들의 터전이 되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이런 결정은 세계 영화의 지형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대학 스스로를 더 명예롭게 만들 것입니다. 대학의 일차적 “가치”는 결국 진실에 대한 헌신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화가 한국퀴어영화제 대관 거부 결정을 재검토하고, 다양한 인간적 경험을 다루는 모든 표현에 대한 국내와 해외 영화를 모두 환영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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